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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시장에 주력 건설 자존심 세울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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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지난해 8월 건설업계에 놀랄만한 일이 벌어졌다. 충남에 연고지를 둔 대아건설이 전국 기반의 경남기업을 인수한 것이다. 그로부터 한 해가 조금 지난 11일. 두 회사는 합병 등기를 마치고 경남기업㈜으로 새 출발한다. 회사 덩치가 두 배로 커진 것도 관심거리지만 인수 회사(대아)가 자기 '간판'을 버리고 피인수 기업(경남기업)의 이름을 사용키로 해 이목을 끌고 있다.

합병회사 경남기업은'프라이드 빌딩(Pride Building)'이라는 주제로 대대적인 홍보에 나선다. 단순히 건물이나 아파트를 짓는 것을 넘어 기업의 자존심을 세우겠다는 표현이다.

◆ "대아건설 간판까지 내렸죠"=경남기업 인수의 지휘자는 성완종(53)대아그룹 회장이다. 지난 9일 서울 동대문구 답십리동의 본사 집무실에서 만난 그는"재도약의 서막이 올랐다"고 말을 꺼냈다.

그의 눈은 이미 해외 건설시장으로 가 있었다. 주변의 만류를 물리치고 경남기업을 인수한 것도, 합병회사의 이름을 경남기업으로 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름을 정할 때 몇 달을 고민하다 시장논리를 택했다고 한다.

"국내 건설시장은 한계에 이르렀어요. 직원들이 먹고살 분야는 해외시장밖에 없습니다. 그러자면 해외에서 인지도가 높고 시공 경험이 많은 경남기업을 내세워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자식 같은 간판(대아건설)을 과감히 내렸죠."

경남기업은 1951년 창립 이후 14개국 140여개 현장에서 해외건설의 지평을 열었다. 73년에는 건설업계 최초로 기업을 공개했다. 84년 대우그룹에 편입됐다가 2000년 워크아웃에 들어갔으나 3년 만에 졸업, 대아그룹과 인연을 맺었다.

성 회장은 주택사업도 강화해 경남아너스빌 브랜드를 시장에 뿌리 내릴 계획이다. 합병기업의 첫 프로젝트는 오는 12일 분양할 경기도 화성 동탄신도시 1단계 사업. 이어 서울.인천.용인.대구 등에서 연말까지 3000여가구를 분양한다. 경남기업이 해외건설과 철도.교량공사에 강점이 있고, 대아건설은 발전소.LNG기지 등 플랜트 공사에 노하우가 있어 합병에 따른 시너지 효과도 예상된다. 그러나 커진 덩치를 받쳐줄 조직을 다지는 것과 합병에 따른 직원 간 융화 문제 등은 성 회장이 풀 숙제다.

◆ 200만원이 매출 1조원 되다=성 회장은 삶이 굴곡이 많은 사람이다. 초등학교 중퇴 후 신문배달 등을 하며 고등학교를 마쳤다.

첫 사업은 화물트럭을 알선하는 일. 여기서 이를 악물고 모은 200만원으로 70년대 초 조그만 토건회사를 인수했다. 그로부터 30년 남짓, 성 회장은 매출.자산 각 1조원에 9개 계열사를 둔 중견 그룹의 오너이자 최고경영자가 됐다.

그의 인사 원칙은 별나다. 지방대 출신을 우대한다. 정규 직원의 70%가 지방대 출신이다. "지방대 출신은 잔꾀를 부리지 않고 회사에 헌신적"이라는 이유다.

주말이면 공사 현장 5~6곳을 누비고 다닌다. 전국의 공사 현장은 110곳. 그곳에서 성 회장은 특유의 친화력을 발산한다. 밤새 술잔을 기울이며 직원들의 하소연을 듣는다. 그는 "후배들에게 멋진 경영인이었다는 평을 듣는 것이 꿈"이라고 말했다.

성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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