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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가 어디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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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여수 엑스포 성공을 위해 조언 한마디 해주시죠.” 그의 눈이 둥그레졌다. 그가 되묻는다. “혹시 상하이 엑스포 말인가요.” 속이 상했다. 기자가 2012년 한국 여수시의 엑스포를 모르느냐고 하자 그는 “처음 들었다”며 미안한 표정이다. 그러고선 “생각해보지 않아 말하기 어렵다”며 답변을 피했다. 이번엔 홍콩의 최고 디자인센터인 ‘로코 디자인 건축’의 오렌 탓처 사장에게 똑같은 질문을 했다. 그 역시 “여수가 어디죠” 하고 되묻는다. 얼굴이 화끈거렸다. 지난주 홍콩에서 열린 상하이 엑스포 관련 포럼에서 경험한 일이다.

상하이와 홍콩·뉴욕이 도시발전 경험을 공유해 전 세계 도시발전 모델을 논의하는 자리였고 석 달 남짓 남은 상하이 엑스포 주제인 ‘보다 행복한 도시생활(Better City, Better Life)’을 구현하기 위한 액션플랜 중 하나이기도 했다. 이날 기자는 포럼에 참석한 20여 명의 각국 도시와 디자인 전문가 중 10명에게 같은 질문을 했다가 창피만 당했다. 딱 한 사람, 상하이엑스포조직위원회 저우한민 부위원장만이 2년 뒤 여수 엑스포가 열린다는 사실을 알았고 “경험을 공유하고 싶다”고 했다.

이틀 동안 열린 포럼은 여러 면에서 의미가 컸다. 우선 전 세계에서 모인 500여 명의 도시계획·환경·디자인 전문가들의 진정성이 놀라웠다. 상하이 엑스포 수석건축가인 센디는 포럼이 끝난 후 “발표자는 물론 단순 참석자들까지 나서 엑스포를 통해 세계 도시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모델을 만들자고 호소하는 걸 보고서야 엑스포가 인류의 인문축제라는 걸 알았다”고 고백했다. 엑스포 성공은 주최 도시나 국가만의 조직이나 운영으로 얻어지는 게 아니라는 시사도 있었다. 아부다비 뉴욕대학 힐라리 발론 교수의 말이 그랬다. 그는 아랍권 지역의 도시문제와 함께 엑스포 기간 중 아랍권 관람객들의 관심 사항에 대해 수시로 (상하이)엑스포 관계자들과 영상과 메일을 통해 논의하는데 사실상 조직위 아랍분과 위원이라고 보면 맞다고 했다. 포럼 자체가 최고의 홍보이기도 했다.

상하이엑스포조직위는 지난해 초부터 80여 차례에 걸쳐 도시문제와 관련된 다양한 국내외 포럼을 진행하고 있다. 여기에는 청년과 노인·부녀자, 그리고 어린이 포럼까지 있다. 도시도 다양해 도쿄와 싱가포르는 물론 카이로까지 달려간다. 도시문제를 전 세계가 공감토록 하고 이를 통해 엑스포에 대한 관심을 극대화하려는 전략이다. 여수 엑스포의 주제는 ‘살아있는 바다, 숨쉬는 연안(The Living Ocean and Coast)’이다. 여수에 딱 맞고 국제적 관심도 많은 주제다. 이번 포럼에 참석했던 상하이와 홍콩·뉴욕도 바다를 지척에 두거나 끼고 있어 관심이 없을 리 없다. 그래서 들었던 생각이다. 홍콩 포럼장 주변에 여수 엑스포 홍보 부스를 만들고 ‘도시 엑스포는 바다 엑스포로 이어진다’는 문구라도 써놨으면 어땠을까. 물론 현장에 여수는 없었다.

최형규 홍콩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