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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카에다 조직은 쇠퇴했지만 국경 넘는 운동으로 세력 확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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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테러와 전쟁 중인 미국에 테러 공포가 급속하게 확산되고 있다. 알카에다의 크리스마스 항공기 테러 기도에 이어 이번엔 이라크에서 호텔 연쇄 폭탄 테러가 발생했다. 폴 필라(사진) 조지타운대 교수는 워싱턴의 대표적 테러전문가다. CIA에서 28년간 근무한 그에게 테러의 현황과 대책을 물었다.

- 알카에다가 쇠약해졌다는 주장은 사실인가.

“미국은 이라크·아프간 전쟁과 관계없이 9·11 테러의 주범인 알카에다 조직을 파괴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 왔다. 9·11 때 4000명에 달했던 알카에다 요원의 80%는 체포되거나 사살됐다. 하지만 오사마 빈 라덴은 9·11 이후 이슬람교도의 반미 지하드(성전) 참여를 촉구했다. 테러가 9·11 이후 늘어난 것을 보면 그의 투쟁 메시지에 대한 호응이 늘어난 걸로 짐작된다. 알카에다가 조직에서 운동(Movement)으로 바뀐 셈이다. 결국 미국에 위협적인 것은 알카에다가 아니라 지리적으로 퍼져 있고, 이데올로기적으로 같은 동기를 지닌 과격 이슬람 무장집단이다.”

- 결국 알카에다가 늘었다는 이야기인가.

“여러 그룹이 알카에다와 관계를 맺게 됐다는 거다. 알카에다와 같은 초국가적 그룹도 있고, 알카에다 아라비안 반도처럼 단지 알카에다의 이름을 빌려 쓰는 그룹도 있다. 테러와의 전쟁도 알카에다와의 싸움이 아니라 운동이 됐다.”

- 그럼 왜 아프간에서 테러와의 전쟁을 하나.

“많은 이가 남아시아가 9·11 테러의 근거지이고 여기에 테러리스트가 모여 있다고 추정하는 탓이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추정에 의문이다. 아프간의 알카에다는 사실 대수롭지 않다. 중심 세력은 파키스탄에 있고 주도권은 아라비안 반도로 옮겨가고 있다. 중동이나 남아시아에서 테러와의 전쟁을 한다는 것은 효과적이지 않다.”

- 테러 기지가 옮겨다닌다는 뜻인가.

“그렇다. 정밀한 테러 계획은 한 지역에 국한되지 않는다. 크리스마스 항공기 사건이 단적인 예다. 9·11도 여러 대륙에서 계획됐다. 테러리스트가 국경을 넘나드는 만큼 국제사회의 협조가 중요해졌다. 미국은 국내 정보기관 간 협조에 초점을 맞췄지만 앞으론 다른 나라와의 정보 교환도 중시해야 한다.”

- 오바마가 이슬람 세계에 화해의 손길을 내밀었지만 테러가 그치지 않고 있는데.

“테러 없는 세상은 가능하지 않다. 여러 세기 동안 테러리즘은 전략적으로 사용돼 왔다. 다양한 사람과 그룹에 의해 또 운동과 사상의 도구로 사용됐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위협을 최소화하고 테러의 희생을 줄이는 것뿐이다. 오바마가 이슬람 세계에 보낸 메시지는 이슬람 세계의 과격성을 감소시키는 노력이었다. 그런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본다.”

- 오바마 정부의 테러와의 전쟁을 어떻게 평가하나.

“테러 대책이라면 무력과 경제적 압박, 정보가 사용 가능한 도구다. 전임 부시 정부나 오바마 정부나 그런 점에서 차이가 없다. 다만 방향의 차이는 있다. 전체적으로 오바마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했다고 본다.”

워싱턴=최상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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