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레오파트라 '권모술수' 친필문서 발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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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이집트 프톨레마이오스 왕조의 마지막 왕으로 로마의 율리어스 카이사르와 마르쿠스 안토니우스 등 여러 남성과 염문을 뿌렸던 클레오파트라 7세의 친필이 처음으로 발견됐다고 영국 선데이 타임스가 22일 보도했다.

베를린의 한 박물관에서 발견된 이 친필은 1백여년 전 독일이 이집트 유물을 옮겨왔을 때 미라를 쌌던 파피루스 문서에 적혀 있던 것으로 최근 네덜란드 사학자 페터 반 민넨에 의해 발견됐다.

문서는 그리스계인 프톨레마이오스 왕실이 사용하던 고대 그리스어로 적혀 있었으며 맨 마지막에 '그리 할지어다(genestho)' 라는 글이 앞의 글과는 다른 필체로 적혀 있었다.

영국 대영박물관의 그리스.로마 담당인 수잔 워커는 "문서 작성일로 적혀 있는 기원전 33년 2월이 클레오파트라가 이집트를 통치하던 때인데다 왕만 사용하던 말이어서 마지막 글씨는 클레오파트라의 것이 분명하다" 고 말했다.

이 문서는 클레오파트라가 자살하기 3년 전 정부인 안토니우스의 측근인 카니디우스 장군에게 발부한 곡물과 포도주 수출관세 면제장인 것으로 밝혀졌다.

학자들은 이 문서가 당시 지중해의 최강 세력인 로마의 힘을 빌려 권좌를 유지하려던 클레오파트라가 정부인 안토니우스에게 계속 충성케 하기 위해 로마 장군들에게 뇌물 공세를 펼치던 도중 작성된 것으로 보고 있다.

'비운의 여인' 이 아닌 '권모술수의 정치가' 클레오파트라의 면모를 보여주는 문서라는 것이다.

이상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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