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EM] 참석 저조…외신 "공통 관심사 적은 탓"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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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이번 서울 ASEM 참석자 25명 가운데 각국의 정상을 대신해 온 사람은 4명이다.

현재 하원에 불신임안이 제출돼 있는 벨기에의 기 베르호프스타트 총리는 루이 미셸 부총리 겸 외무장관을 대신 보냈다.

'제 코가 석자' 인 상황은 뇌물 스캔들로 퇴진 압력에 휘말리고 있는 조셉 에스트라다 필리핀 대통령도 마찬가지. 그는 도밍고 시아존 외무장관을 보냈다.

대리 참석자 가운데는 그리스의 여성 외무장관 엘리사베트 파파조이가 특히 눈길을 끌었다.아버지가 한국전쟁에 참전했고 전쟁고아를 초청, 유학을 주선하기도 했던 인연 때문이다.콘스탄티노스 시미티스 총리는 유고 사태를 논의하는 발칸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어 불참했다.

이밖에 베트남은 웬만캄 부총리가 참석한다고 일찌감치 통보해왔다.

또 정상들 가운데는 회의 일정이 다 끝나기 전에 귀국한 '조퇴자' 도 있다.바쁜 국내 일정에 쫓겨 당초 참석 여부가 불투명했던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는 20일 오전 개막 연설과 오찬에만 참석한 뒤 서둘러 귀국했다.

이탈리아의 줄리아노 아마토 총리는 20일 새벽에 도착, 개막 회의만 마친 뒤 귀국한 '당일치기' 일정이었다.연립여당의 전당대회가 21일 로마에서 열리기 때문이다.

말레이시아의 마하티르 빈 모하마드 총리도 국내사정으로 앞당겨 출국, 폐막식에 불참하게 됐다.

또 스페인의 호세 마리아 아스나르 로페스 총리는 국내의 테러 희생자 장례식에 참석하느라 '지각 도착' 하는 바람에 19일 저녁 리셉션과 주룽지 중국 총리와의 회담 등 일정을 취소했다.

이같은 현상을 놓고 해외 언론들은 ASEM에 대한 회원국들의 관심도가 1, 2차 회의에 비해 크게 떨어졌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영국의 BBC방송은 "아시아 지역에 대한 유럽국들의 관심이 예전만 못한데다 아시아 금융위기 대처방안이 의제로 떠올랐던 1998년 런던회의에 비해 서울회의는 뚜렷한 현안이나 공통 관심사가 없다" 고 지적했다.

일본의 요미우리(讀賣)신문도 "유럽의 ASEM에 대한 관심이 낮아졌다" 며 "대신 노벨 평화상 수상자로 결정된 김대중 대통령과의 개별회담에 관심을 쏟고 있다" 고 보도했다.

예영준.박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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