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정치검찰이 관제데모 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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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김용환 의원, 표결에서 우리를 도와주셔야 합니다." (한나라당 睦堯相정책위의장)

"아, 그거 검찰총장 문제요. " (국민신당 金龍煥의원)

20일 국회 행정자치위원회 휴게실. 다음달 8일 국회 본회의에 보고되면 사흘 안에 처리할 박순용(朴舜用)검찰총장.신승남(愼承南)차장 탄핵소추안(선거사범 편파수사 이유)을 두고 나온 얘기다.

이날 국감장 주변에선 서울지검 젊은 검사들이 한나라당이 제출한 탄핵안에 반발, 집단행동을 하려 한다는 소식이 관심사였다.

국감현장의 한나라당 의원들은 자기들끼리 점심을 따로 하면서 이 문제를 논의했다.

김문수(金文洙.환경노동위)의원은 "검찰의 오만방자함이 가관이다. 국회가 법적 절차에 따라 진행하는 사안에 자기들이 왜 나서 협박하는가" 라고 말했다.

주진우(朱鎭旴)총재비서실장은 "검찰 전체를 문제삼는 게 아니고 정치검찰을 경계하자는 것" 이라며 "정치라인에 있는 몇몇 검사들이 관제(官製)데모를 하는 것이겠지" 라고 응수했다.

검찰쪽의 움직임이 거꾸로 한나라당의 의지를 강화하는 분위기다.

총무단의 한 의원은 "정치검찰 수뇌가 젊은 검사들을 충동질한다. 이렇게 되면 우리는 외통수로 갈 수밖에 없다" 고 주장했다.

이회창(李會昌)총재는 정창화(鄭昌和)총무에게 "검찰에 독립성을 확보해주기 위해서라도 탄핵안을 통과시키라" 며 "그게 검찰을 도와주는 것" 이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당 부정선거조사 특위위원장으로 이른바 '대(對)검찰투쟁' 에 앞장서왔던 최병렬 부총재가 원내전략 혼선을 이유로 사퇴한 게 전력약화로 이어지지 않을까 걱정하는 시각이 당내에 있다.

崔부총재는 "내 역할이 끝나 그 문제에 대해 할 말이 없다" 며 "총재나 총무 등이 나를 부담스러워한다" 고 말했다.

전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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