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를 피우는 40대 남성이 비흡연자보다 의료비가 1.6배 더 들고 수명도 6년가량 짧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정영호 연구위원이 25일 발표한 ‘미래 건강사회에 대비한 효과적인 담배가격 정책 방향’ 보고서의 내용이다.
정 위원이 2007년도 건강보험과 사망률 통계를 종합 분석한 결과 40세 흡연 남성이 뇌혈관 질환에 걸려 사망 시까지 써야 하는 의료비는 2982만원이었다. 반면 비흡연자는 1857만원으로 훨씬 적었다. 이 금액은 연령별 뇌혈관계 질환자의 평균 진료비에 흡연자의 발병률과 비흡연자의 발병률을 적용해 추산했다. 뇌졸중은 흡연자의 발병률이 비흡연자보다 3.7배가량 높다.
또 담배를 피우지 않는 40세 남자는 앞으로 42.7년을 더 살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난 반면 40세 흡연 남자의 기대여명은 36.4년이었다. 비흡연자보다 6년이나 짧았다.
담배를 피웠다가 끊은 경우 의료비는 2154만원, 기대여명은 41.2년이었다. 40세 흡연자가 지금 담배를 끊는다면 의료비 830만원을 절약할 수 있고 5년가량을 더 살 수 있다는 얘기다. 흡연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도 2007년 기준으로 5조6396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중 암·뇌졸중·폐렴 등 흡연 관련 질병으로 조기 사망하면서 발생하는 소득손실액이 3조5214억원이나 됐다. 진료비(1조4252억원)와 간병비(1896억원), 교통비(203억원) 손실도 컸다. 질병 관련 비용만 5조4603억원인 셈이다. 또 간접흡연에 따른 피해 비용도 1715억원이었다.
정 위원은 “담배 소비를 줄이면 국민 건강과 가정경제는 물론 사회경제적으로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2008년 기준으로 국내 가구당 연평균 담배 소비액은 2만177원이다. 그는 “프랑스 등 유럽 사례를 볼 때 담배가격이 10% 오르면 젊은 층과 저소득층의 담배 소비가 10% 하락하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유럽 19개국의 평균 소득 수준과 비교해 산정한 한국의 적정 담배가격이 6119원 정도인 만큼 담뱃값 인상을 통한 소비 억제 정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정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