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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남들이 찜하기 전에 … 신흥시장 공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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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외환위기의 파고가 잦아든 1998년. 썰물처럼 한국을 빠져나갔던 해외 자본이 다시 입질을 시작했다. 그 선두에 미국 자본이 있었다. 지금도 말이 많은 론스타 펀드도 그중 하나였다. 론스타는 부실 채권 매입을 시작으로 옛 평화은행 유상증자에 참여하고, 서울 역삼동 스타타워를 샀다. 결국 외환은행까지 인수했다. 달러 자본의 힘은 그렇게 컸다.

10년이 흐른 2009년. 이번엔 중동의 두바이가 위기에 처했다. 움츠렸던 투자자들이 해가 바뀌면서 슬슬 두바이 시장을 기웃거리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선두 주자가 바뀌었다. 중국이다. 파이낸셜 타임스(FT)는 25일 중국의 퍼스트 이스턴 그룹이 두바이에 2억5000만 달러(약 2800억원)를 투자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지난해 11월 두바이월드의 채무불이행 선언 후 처음으로 발표된 투자 계획이다. 퍼스트 이스턴은 자체 자금 5000만 달러로 펀드를 꾸린 후 중국 등에서 투자자를 유치할 계획이다. 이 회사의 빅터 추 회장은 FT 인터뷰에서 “해운·석유 업체를 중심으로 투자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관광객 수요에 맞춰 호텔 투자도 물색하고 있다.

두바이만이 아니다. 중국은 신흥 시장 진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시장정보업체 톰슨로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해외 기업 인수합병(M&A)은 426억 달러에 이른다. 세계 M&A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7.5%다.

중국의 힘은 두둑한 주머니에서 나온다. 중국의 외환보유액은 2조 달러가 넘는다. 세계 최대다. 중국의 국부펀드인 중국투자펀드(CIC)는 올해 5000억 달러(약 575조원)를 운영할 계획이다.

신흥시장 중에서도 중국이 가장 공을 들이는 곳은 아프리카다. 미국 등 서구 자본의 진출이 상대적으로 더디기 때문이다. 중국의 자원 수요를 해결하기 위해서도 아프리카의 광산과 유전이 필요하다. 중국석유화학은 가봉과 나이지리아에서 5억3700만t이 매장된 유전을 이미 확보했다. 기업이 나가면서 금융도 따라나가고 있다. 중국 공상은행은 아프리카 최대 은행인 스탠더드은행의 지분 20%를 보유하고 있다.

중국의 이런 성과가 하루아침에 나온 건 아니다. 중국이 알제리에 공을 들인 건 프랑스에서 독립한 1960년대부터다. 그 결과 지금은 50여 개의 중국 기업이 진출해 200억 달러 규모의 관급 공사를 수주했다. 월스트리트 저널(WSJ)에 따르면 양국 교역은 2001년 2억 달러에서 지난해 45억 달러로 늘었다.

중국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잡음도 생기고 있다. 알제리에선 지난해 여름 처음으로 반(反)중국인 폭동이 일어났다. 독재나 인권 탄압에 개의치 않는 중국식 해외 진출에 대한 서구의 비판도 커지고 있다.

김영훈·김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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