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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니어만으론 객석 못 채워 스타 캐스팅은 현실이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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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뮤지컬계의 이단아인가, 아니면 트렌드 세터인가. 2010년 새해, 공연계 최고 이슈는 단연 뮤지컬 ‘모차르트!’(다음달 21일까지 세종문화회관)다.

‘동방신기’ 멤버 시아준수(본명 김준수·23)를 무대로 끌어들여 일찌감치 화제를 모은 이 작품은 시아준수 출연 분 15회(총 4만5000석)가 티켓 오픈 몇 시간 만에 전석 매진을 기록했다. 다른 출연자의 공연까지 동반 상승, 개막(20일) 전에 이미 전 좌석의 65%인 8만4000여 장이 팔려 나갔다. 뮤지컬 ‘모차르트!’ 돌풍의 중심엔 EMK뮤지컬컴퍼니 엄홍현(37) 대표가 있다. 이전까지 ‘삼총사’ ‘살인마 잭’ 등 유럽 뮤지컬을 국내에 소개하는, 소위 에이전트로 주로 활동했던 그는 이번 ‘모차르트!’의 성공으로 단숨에 차세대 뮤지컬 제작자로 급부상했다.

반면 “ 스타 캐스팅에 의존하면서 배우 몸값을 높여 한국 뮤지컬계를 교란시키고 있다”라는 비판도 받고 있다.

-시아준수 캐스팅 논란이 뜨겁다.

“본래는 가수 조성모씨가 캐스팅됐다. 조씨가 촬영 중 오른쪽 다리를 다쳐 전치 8주의 큰 부상을 당했고, 도저히 무대에 설 수 없게 됐다. 고민하던 차에 제작 조감독이 ‘시아준수의 사촌누나와 친하다’고 했다. 그를 통해 출연 제의를 할 수 있었다.”

-이 정도 반응을 예상했나.

“ 시아준수의 인기가 이 정도로 폭발적인지는 나도 처음 알았다. 무서울 정도다.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와 분쟁을 겪고 있고, 그러던 차에 처음 외부 활동을 하게 된 게 팬들의 결집력을 더욱 높인 게 아닌가 싶다.”

미하엘 쿤체(극작가)·실베스타 르베이(작곡가) 콤비가 만든 오스트리아 뮤지컬 ‘모차르트!’는 드라마보다 청바지를 입은 인간 모차르트의 내면에 초점을 맞춘다. [EMK 뮤지컬컴퍼니 제공]

-시아준수와 런닝 캐런티로 계약했다고 하던데.

“금전적인 부분에 대해선 별다른 이견이 없었다. 가장 위대한 음악가의 삶을 깊이 있게 다루면서도 록음악과 클래식 등을 넘나드는 것이 시아준수의 마음을 사로잡은 거 같다.”

-전석이 매진 돼 시아준수는 회당 3000만원을 받아 총 출연료가 4억5000만원에 이른다는데 .

“과장이다. 연습기간까지 합쳐 두 달을 꼬박 투자해야 한다. 시아준수가 다른 활동을 하면 그 이상의 액수를 벌 수 있다는 건 누구나 짐작할 수 있다.” (엄 대표는 런닝 개런티·출연료 등 시아준수와 맺은 계약에 대해선 극도로 말을 아꼈다)

엄 대표는 동국대 경영학과를 나왔다. 2006년 뮤지컬 ‘드라큘라’를 제작하며 공연계와 연을 맺었다. 그러나 결과는 참혹했다. 15억원의 적자를 본 그는 4개월간 여인숙을 전전했다. 이후 돈 500만원을 들고 체코로 날아갔다. ‘삼총사’ ‘살인마 잭’ 등의 아시아 판권을 갖게 되면서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다.

-직접 제작한 ‘모차르트!’ ‘햄릿’은 물론 공동프로듀서로 참여한 ‘삼총사’ ‘살인마 잭’ 모두 주인공 역을 4명의 배우가 번갈아 한다. 작품 완성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배우들과 스태프들에게 송구할 따름이다. 아직 한국은 뮤지컬 매니어만으로 객석을 채우기 어렵다. 시장이 그만큼 크지 않다. 스타를 캐스팅해 관심을 끌 수밖에 없는게 현실이다.”

-배우들 몸값을 너무 올린다는 지적도 있는데.

“내가 몸값을 올린 게 아니라 이미 뮤지컬 배우들의 출연료가 높다. 다른 제작사와 과거에 맺은 계약서를 들고 와 ‘이 정도는 주어야 한다’라고 말하는 배우들이 많다.”

-공연계에 공헌한 게 있다면.

“당연히 시장확대다. 뮤지컬을 모르는 사람들을 극장으로 불러들이지 않았나.”

-앞으로의 계획은

“내년에 유럽 뮤지컬의 최고봉으로 꼽히는 ‘엘리자베스’를 제작한다. 한·일 합작 소극장 뮤지컬 ‘연애희곡’도 가을께 올릴 예정이다.”

글=최민우 기자, 사진=김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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