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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어린이 전문병원 의료수익만으로는 유지 힘들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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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면

미국은 전체 병원의 5% 수준인 250개, 이웃 나라인 일본은 27개의 어린이 전문병원을 운영하고 있다.

문제는 우리나라 어린이 전문병원의 연간 적자액이 해당 병원들이 감당할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는 점이다. 그 결과 어린이 전문병원이 점차 미운 오리새끼가 돼 가고 있다.

이들 병원이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는 이유는 성인 환자보다 더 많은 진료 인력과 시간이 요구되지만 환자 1인당 진료 수가는 현저히 낮게 책정돼 있기 때문이다. 즉 어린이 전문병원의 진료 수가가 소아 진료의 특수성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말이다.

그 결과 어린이 전문병원의 병상당 수익은 성인의 3분의 2 수준에 그쳐 어린이 환자가 늘수록 적자는 커질 수밖에 없다. 국내 5개 어린이 전문병원은 사회적 필요성에 따라 공적자금과 자체 자금으로 설립됐지만 운영은 전적으로 병원에 맡겨져 있다.

5개 어린이 전문병원의 연간 적자는 20억~130억원에 달해 운영상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어린이 전문병원은 소아 환자를 위해 전문적인 진료를 제공해야 한다. 5개 병원의 입장에선 누적 적자를 감수하면서 새로운 의료장비와 시설 투자를 하는 데 한계가 있다.

그러다 보니 국내 어린이 전문병원의 누적 적자로 인해 의료장비와 시설 투자의 부재, 진료 부실화가 이어진다.

최근 정부에서도 어린이 전문병원 지원사업의 선후가 바뀐 점이 있음을 인정하고, 병원의 신생아 및 중환자실 입원료의 점진적인 인상 등 대안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신생아 관련 수가 인상 효과는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되며, 다음과 같은 근본적인 개선이 필요하다.

첫째, 어린이 전문병원의 법적 근거가 마련돼야 한다. 어린이 전문병원에 대한 법적 지위를 의료법에 포함시켜 준거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어린이병원의 지정 및 재정 지원의 근거 조항이 시급히 세워져야 한다.

둘째, 공공의료의 범주에 포함시킬 필요가 있다. 과거에는 오래 생존하지 못했던 신생아 질병도 치료가 가능해졌고 이렇게 새 생명을 얻은 어린이 한 명은 평생 12억2000만원의 생산 유발 효과를 낸다. 이 때문에 어린이 전문병원을 공공 의료에 포함시키고, 그 수를 적정 수준까지 확대해야 한다.

셋째, 운영자금의 지원체계가 마련돼야 한다. 어린이 전문병원은 의료수익만으로 운영돼 유지하는 데 한계가 있다. 따라서 5개 어린이 전문병원에 대해 사회적으로 다양한 운영지원 체계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한국병원경영연구원 이용균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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