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없는 미녀 우치틸, 미스 아메리카에 출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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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미스 아메리카 선발대회가 열린 14일(현지시간) 뉴저지주 애틀랜틱 시티 보드워크 컨벤션 홀.

미국 각주를 대표하는 눈부신 미인들이 무대에 늘어섰지만 사람들의 시선은 줄곧 미스 아이오와인 테레사 우치틸(24)에게 쏠렸다.

소매 없는 드레스를 입은 그녀는 한쪽 팔이 유달리 짧아보인다. 유심히 바라보던 사람들은 곧 그녀가 왼쪽 손이 없다는 것을 발견하고는 깜짝 놀란다. 1995년엔 청각 장애인 헤더 화이트스톤이 왕관을 쓴 적도 있었다.

하지만 80년이 된 미스 아메리카 선발대회 역사상 눈으로도 확실히 확인되는 장애인이 출전한 건 처음이다.

아이오와주 어반데일시 출신인 그녀는 태어날 때부터 왼쪽 팔뚝 중간 이하가 없었다. 하지만 그같은 신체적 장애는 그녀의 앞길을 막지는 못했다.

여섯살부터 봉 돌리기를 해온 그녀는 아이오와대 재학 시절 학교 고적대의 맨 앞에 서서 지휘봉을 돌렸다. 97년엔 봉 회전 세계선수권 대회에서 우승까지 했다.

그녀는 봉을 던질 때는 어쩔 수 없이 오른 손만 사용하지만 봉을 회전시킬 때는 왼팔의 끝 부분도 이용한다.

대학에서 전산학을 전공한 우치틸은 학장상을 받고 졸업한 뒤 게이트웨이 컴퓨터사에서 프로그램 매니저로 일하고 있다.

그녀는 지난 6월 미스 아이오와주 선발대회에 참가했고 그녀의 '진정한 아름다움과 용기' 에 감탄한 심사위원들은 기꺼이 그녀를 아이오와 최고의 미인으로 뽑았다.

장애인 단체와 어린이 병원의 대변인을 맡아 기금모금운동에도 참여하는 그녀는 ABC방송으로 미 전역에 중계된 이날 대회에서 "능력이 모자라지만 열심히 노력해 많은 것을 성취한 보통 사람으로 봐 달라" 고 심사위원들에게 주문했다.

그녀는 "나는 장애인도 뭐든지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이 자리에 선 것이 아니다. 단지 누구나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을 능력이 있다는 것을 알려 주고 싶었다" 고 말했다.

그녀는 이날 등수에 들지는 못했다. 그러나 사람들은 미스 아메리카로 선발된 미스 하와이 안젤라 페레즈 바라퀴오(24)보다 그녀에게 더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이상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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