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 "ASEM 계기 한반도 통일지지 확보 경협증진 기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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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서울에서 개최되는 제3차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는 아시아와 유럽의 26개 회원국 대표단과 기자단 등 약 3백여명이 참석하는 '외교올림픽' 인 동시에 정부수립 이래 처음으로 26명의 외국 정부 수반을 맞이하는 뜻깊은 행사다.

1996년 방콕에서 개최된 1차 ASEM은 양지역간 협력을 모색하는 초기단계였고, 98년 런던에서 열린 2차 ASEM에서는 당시 현안이었던 아시아 금융위기가 주된 협의사항이었다.

이번 3차 서울 ASEM에서는 1.2차 회의에서 다뤘던 여러 현안을 구체적으로 협의하고 실질적인 지역간 협력, ASEM의 구조적 발전, 세계질서에 대한 비전과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서울선언이 채택될 것으로 예상된다.

'새 천년 번영과 안정을 위한 동반자 관계' 라는 기치를 내건 서울 ASEM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그동안 관련국 각료회의와 조정국 회의를 통해 많은 준비를 해 왔으나 정상회담이 내실을 거두기 위한 몇가지 제언을 하고자 한다.

ASEM은 유럽공동체(EU)와 동아시아간의 지역차원에서의 협력체라는 모습을 지니고 있으나 내용적으로는 EU와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간의 협력에 동북아 3국(한.중.일)이 개별적으로 참여하는 다중.중복적 구조의 다자지역 협력을 위한 협의체다.

EU와 아세안은 각자의 사무국을 갖고 있는 반면 ASEM은 제도화되지 않고 의제도 사전에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에 참가국간에 자유분방하게 의견을 교환하는 모임의 성격이 강하다.

때문에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의 구속력이 약한 탓에 95년 세계무역기구(WTO)를 출범시킨 선례를 밟지 않기 위해서라도 ASEM에 상설 사무국을 설치할 필요가 있다.

둘째는 동아시아.북미.서유럽 등 부상하는 세지역에서 삼각협력 강화 필요성이다. 정태모형을 이용한 연구분석에 의하면 세계 모든 국가가 관세를 우루과이라운드(UR)협상내용에 따라 95년 수준보다 33% 인하할 경우 동아시아지역 국가의 수출이 EU 수출보다 많아지고, 실질 GDP도 동아시아가 더 증가한다.

EU의 경우 이미 역내 경제통합을 통해 높은 무역자유화 수준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ASEM을 통한 자유무역지대 형성에는 매우 소극적이지만 ASEM에서 범세계적 무역자유화가 논의될 수 있도록 대비해야 한다.

ASEM에서 다루는 여러 분야 중 문화분야의 논의나 협력은 미약한 편이다. ASEM의 공식문서에 따르면 아시아.유럽포럼(ASEF)에 위임한 문화분야는 지적 교환과 예술전시.영화축제.민속축전과 음악 등으로 제한돼 있다.

그러나 복합적이며 광범위한 문화의 성격에 비춰볼 때 아시아와 유럽의 상호이해를 위해서는 우선 비정부기구(NGO)들이 참여하는 문화교류 활동을 넓히는 동시에 문화와 교육의 역할에 주목해야 한다.

이와 함께 문화적 관계 구축을 위해 민간 대 민간의 교류 프로그램을 통한 문화체험 등 방문국 문화를 심층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폭넓게 마련되기를 바란다.

21세기를 맞이하는 시점에서 한반도에서 열리는 최대 규모의 다자간 정상회의에서 의장국으로서의 한국정부는 국내적으로는 유럽의 중요성을 부각하는 한편 한반도 통일에 대한 회원국의 지지확보 및 회원국과의 무역투자 등 실질적 협력관계 증진과 같은 가시적 외교 성과를 거둘 수 있기를 기대한다.

김승호 <전 모로코주재 대사.한양대 행정대학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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