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학교 점심시간에 자장면 배달 많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5면

"가끔 교실에서 자장면을 배달시켜 먹어요. " 지난 5일 오후 대구 K여중 앞에서 만난 金모(15.3년)양은 대수롭지 않은 듯 말했다.

金양은 "도시락이 귀찮아 그냥 오거나 자장면이 먹고 싶을 때 시켜먹는다" 며 "뭐가 잘못 됐느냐" 고 반문했다.

金양은 함께 하교하던 친구들에게 "며칠 뒤 체력장 있는 날 자장면을 시켜먹자" 고 제안하기도 했다. 朴모(14.2년)양은 "주로 3학년 언니들이 많이 배달해 먹는다" 고 말했다.

학교 교실에까지 자장면이 배달되고 있다. 일부 학생들이 점심식사로 자장면 등 중국음식을 교실에서 주문해 먹기 때문이다. 학급친구들 중 생일을 맞은 학생이 있는 경우 탕수육 등 요리를 시켜먹기도 한다.

K여중 인근 중국집의 40대 여주인은 "자주 주문이 들어오지는 않아도 한달에 서너번 학생들의 주문전화가 걸려온다" 고 말했다.

대구 K중 李모(15.3년)군도 "자장면이나 짬뽕 등을 시켜서 점심으로 먹는 친구들을 가끔 본다" 고 말했다.

중국음식의 교실 배달에는 학생들 사이에 보편화된 휴대폰이 톡톡한 역할을 한다. 점심시간에 교사들의 중국음식 주문도 많아 배달원이 교문을 통과해 교실까지 갖고 오는데 어려움이 없다는 게 학생들의 말이다. 이같은 중국음식 배달은 학교급식을 실시하지 않는 중학교에서 주로 이뤄지고 있다.

대구 S여중 金모(34.여)교사는 "3학년 학생들이 몇차례 시켜먹다 들통난 뒤로는 소비적이고 교육 분위기를 해칠 수 있어 자장면 배달을 금하고 있다" 고 말했다.

사설학원에서 중.고생을 가르치는 학원강사 禹모(33.대구 북구)씨는 "많은 학생들이 교실에 중국음식을 시켜먹는다는 이야기를 듣고 놀랐다" 며 "가정형편이 어려워 점심을 못먹는 학생들도 많은데 학생들간 위화감을 조성하는 것 아니냐" 고 말했다.

안장원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