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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공항 무늬만 '국제화'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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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세계로 향하는 대구' 를 표방하며 내년에 확장되는 대구공항. 그러나 자체 국제항공수요가 부족해 시민들의 바람인 국제공항의 꿈은 무산될 위기다.

거기다 자치단체의 무리한 인프라 욕심으로 공공재원의 배분 효율이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대구공항 확장의 문제점을 분석한다.

대구공항 국제선청사가 내년 5월 완공을 앞두고 취항을 희망하는 항공사가 없어 국제공항화가 기로에 섰다.

국내외 항공사마다 '항공수요가 없다' 며 취항을 기피하고 있기 때문이다.

4일 대구시에 따르면 시는 국제선청사 완공과 함께 대구공항을 국제공항으로 승격시켜줄 것을 정부에 요청하는 한편 일본.중국.동남아 등지로의 국제선 정기편을 유치키 위해 해당 항공사들과 잇따라 협의를 벌여왔다.

시는 최근 중국 동방항공과의 협의에서 97년말 한.중항공회담에서 확정된 대구-칭타오간 직항노선을 주3회 운항해줄 것을 요청했으나 "승객이 없어 정기편은 불가능하다" 는 답변을 들었다.

또 97년초 2개월간 운항하다 중단된 부산 경유 방콕.홍콩 노선도 대한항공 등 국내외 항공사들이 "노선 유지가 어렵다" 며 취항을 꺼리고 있는 실정.

시는 또 일본항공(JAL)측에도 주 1회의 대구-오사카 직항노선 운항을 요청했으나 역시 수요가 없다는 이유로 무산됐다.

이에따라 연간 2백23만명의 승객을 처리할 수 있는 규모의 대린幣?국제선은 기존의 주1회 부산 경유, 대구-오사카 1개 노선만 운항될 예정이다.

국내외 항공사들이 이처럼 대구공항의 국제노선 개설을 꺼리는 것은 철도편 등에 의한 서울 접근이 비교적 유리해 국제항공편 승객수요가 극히 적기 때문이다.

현재 지역 유일의 국제선인 부산 경유 대구-오사카 노선도 편당 대구 탑승객이 30여명에 불과해 유지가 어려운 실정.

한 항공사 대구지점 관계자는 "대구의 경우 인구가 적은 울산.포항보다 오히려 항공수요가 늘기 어려운 지역" 이라고 말했다.

대구공항 국제선 청사는 지방자치가 시행되면서 국제화를 명분으로 내륙도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추진됐다.

내년 아.태지역 청년회의소대회, 2002년 월드컵대회, 2003년 하계유니버시아드 등 잇딴 국제행사 유치와 밀라노프로젝트 추진에 따른 국제교역 증대에 대비한 것이었다.

98년 7월 총사업비 8백38억원으로 착공된 대구공항 국제선청사는 지하1층 지상3층에 건축면적 8만여평 규모.

현재 서울노선 등에 소형기 위주로 주 1백75회 운항하는 항공수요에 비하면 연간 3백63만명 수용 규모의 기존 국내선청사와 함께 시설과잉인 실정이다.

이에따라 한국공항공단측은 국제선청사 완공과 함께 국내선의 승객처리기능을 국제선청사로 옮긴다는 방침이나 기존 청사의 활용에 대해서는 아직 방안을 마련치 못하고 있다.

공항공단 관계자는 "국제공항으로 승격되기 위해서는 최소한 주2회 이상의 정기 국제항공편이 취항해야 한다" 며 "대구공항의 국제공항 승격은 항공수요가 고려되지 않은 무리한 국제화 사업이었다" 고 말했다.

정기환 기자

사진=조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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