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공공기금 계획 문제 없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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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정부가 마련한 내년도 공공기금 운용계획은 민간 전문가들이 기금평가에서 지적한 문제점들을 가능한 반영하려 노력한 흔적이 엿보인다.

기금 설립 목적에 맞지 않는 불필요한 지출은 줄이고, 핵심 역량 사업에 주력토록 일부 개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해당 부처 장관의 승인만으로 설립해 아무런 제재장치가 없는 18개 기타기금의 문제점은 이번 운용계획에 반영되지 않아 여전히 감시의 사각지대로 남게 됐다.

또한 타당성이 없는 수익사업을 하는 기금의 자산정리가 아직까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고, 여유 자금을 부실하게 운용하는 행태를 막을 제도적 장치 마련도 중장기 과제로 밀렸다.

이런 문제들은 내년에 정부가 설령 기금재정을 계획대로 균형으로 돌려놓는 데 성공한다 해도 언제든 기금을 부실화할 수 있는 구멍으로 남게 될 전망이다.

◇ 지적사항 반영한 기금=불필요한 사업을 하는 국민건강증진기금의 건강박람회(23억원)를 폐지하고 참전기념사업기금의 각종 일회성 행사 경비를 올해 30억원에서 17억원으로 줄였다.

자산운용의 전문성이 부족한 점을 보완하기 위해 정보화촉진기금.국민연금기금.사립학교 교직원연금기금에 총 28명의 펀드매니저를 채용토록 했다.

국민건강증진기금의 구강보건실 설치나 보훈기금의 보훈원 급식비 지원 등 기금과 정부 예산간에 중복 지원되는 것을 예산으로 일원화했다.

또 공공성이 낮아 민간과 중복되는 기능을 하고 있는 중소기업 창업 및 진흥기금의 아파트형 공장건설 등은 기존 사업 마무리 소요만 반영하고 신규 지원을 폐지했다.

이와 함께 축산발전기금의 기금관리 인력을 3백81명에서 3백33명으로 줄이고, 공무원이 운영하는 데도 고용보험기금으로 관서 운영경비를 대던 것을 예산에서 지원토록 바꿨다.

◇ 개선 못한 기금=지난 8월 발표된 기금의 문제점 가운데 내년 운용계획에 반영되지 못한 것들도 적지 않다. 취미교실이나 경로잔치를 하는 발전소 주변지역 지원사업기금은 기타기금에 포함돼 있어 이번 운용계획에서 빠졌다.

관광분야 실업자를 지원하는 부대 사업을 하는 근로복지진흥기금은 관련법 개정이 선행돼야 한다는 이유로 제외했다.

호텔이나 휴양지.복지타운 건립 등 기금설립 목적과 전혀 다른 사업을 하는 사립학교 교직원연금기금.근로복지진흥기금.군인복지기금.국민연금기금 등의 자산 정리도 매각을 추진하고 있지만 사려는 사람이 없어 지연되고 있다.

기금간에 수혜자가 중복된다는 지적을 받은 중소기업창업 및 진흥기금과 정보화촉진기금도 실태가 파악되지 않아 이번에 개선하지 못했다.

과학기술진흥기금.근로복지진흥기금.국민주택기금.국민체육진흥기금.중소기업창업 및 진흥기금 등 재원조달에 수익자부담 원칙을 지키지 못하고 복권발행에 의존하는 행태의 개선도 중장기 과제로 넘어갔다.

기획예산처 관계자는 "기금운용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2003년까지 국민투자기금.염안정기금 등 4개 기금의 추가 통폐합 등 정비 방안을 마련할 계획" 이라고 말했다.

이계영.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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