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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맞은 충무로에 멜로 영화 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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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찬바람이 불면 영화는 역시 멜로가 제격이다.그래서인지 올 가을 충무로의 제작 코드는 유난히 멜로에 쏠려있다.한마디로 멜로 붐이다.

지난해 '쉬리' 돌풍에 이어 '주유소 습격사건' '인정사정 볼 것 없다' 등 액션물이 유난히 인기를 끌었던 데 대한 반작용일까. 최근 사이더스 우노필름.쿠엔필름 등 주요 제작사들이 겨울을 겨냥한 멜로물 제작에 한창이다.

올 겨울 선보일 멜로물들은 '순애보' '하루' '불후의 명작'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선물' '번지점프를 하다' '그녀에게 잠들다' '잎새' 등 거의 10개 작품에 이른다.

이달 개봉하는 배두나의 '청춘' , 이미연의 '물고기 자리' 의 뒤를 이어 관객을 찾을 작품들이다.

시네마서비스 마케팅팀 신경은 실장은 "지난해 인기를 끈 작품들과 기획의도를 달리하다보니 멜로로 몰린 경향이 있지만 이번 작품들은 전통적인 최루성 멜로와는 달리 소재와 주제가 다양한 것이 특징" 이라고 평한다.

또 시네월드 정승혜 기획이사는 "액션은 대작에 가까워야지 흥행이 보장되지만 멜로는 비교적 적은 제작비로도 승부를 걸 수 있다" 며 "특히 이번 작품들에는 박중훈.이병헌.이정재와 이영애.전도연.고소영 등 한국 대표 스타들이 망라되어 있다" 고 말했다.

실제 1998년 '약속' '편지' '8월의 크리스마스' 등 잇따른 흥행 성공 이후 '해피엔드' '동감' 을 제외하면 이렇다할 멜로 화제작이 없었던 것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분석된다.

12월 개봉할 이정재.다치바나 미사토의 '순애보' , 고소영.이성재의 '하루' , 박중훈.송윤아의 '불후의 명작' 은 각기 개성적인 멜로를 표방한다.

한.일 합작으로 이미 화제를 모은 '순애보' 는 서울과 도쿄를 배경으로 한국 남성과 일본 여성의 공간을 초월한 사랑을 그린 작품으로 '정사' 의 이재용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감각적인 영상이 기대된다.

한지승 감독의 '하루' 는 기존 연애담을 탈피, 사랑하는 젊은 부부가 하루만 살 수 있는 아이를 가진 뒤 나누는 애틋함에 무게를 뒀고 '불후의 명작' 은 사람 냄새가 묻어나는 사랑의 희망을 코믹 터치로 그려낸다.박중훈이 오랜 만에 웃음이 있는 멜로 연기를 펼친다.

전도연.설경구 주연의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와 이병헌.이은주 주연의 '번지 점프를 하다' 는 내년 1월 개봉 예정인 작품들로 최근 한창 인기와 연기면에서 물이 오른 전도연과 이병헌이 각각 주연을 맡은 점에서 시선을 끈다.

'나도 아내가…' 는 은행원과 보습학원 강사인 주인공들이 평범한 일상 속에서 특별한 사랑의 의미를 끄집어 내고, '번지 점프를 하다' 는 젊은 시절 오직 한 여자를 사랑했던 남자가 다른 사람을 통해 잃어버린 기억을 되찾는다는 얘기를 담고 있다.

'특히 '번지…' 는 멜로 영화로는 드물게 27억원의 제작비를 투입, 특수효과를 많이 동원했다.

이밖에 '선물' 에는 이영애.이정재가 호흡을 맞추고 '그녀에게 잠들다' 는 '거짓말' 의 김태연이 주연을 맡았다.

하지만 소재가 다르다 해도 장르가 같은 이 작품들이 올 겨울 한꺼번에 쏟아질 경우 지난 여름 공포영화들이 줄줄이 나와 잇따라 쓴잔을 마신 상황의 재판이 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없지 않다.

신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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