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 "외국인 고용허가제 경제적 부작용 간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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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최근 노동부와 민주당이 현행 외국인 연수취업제도를 폐지하고 국내 근로자와 동등한 임금 및 노동 3권 등을 보장하는 외국인 고용허가제를 도입키로 한 것을 놓고 많은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이러한 논란을 보면 과거 일본이 겪었던 똑같은 현상이 우리에게 발생하고 있음을 새삼 느끼게 된다.

예컨대 일본에서 외국인 근로자로 인해 발생했던 문제들은 불법 취업자 증가, 인권침해, 경제구조의 고도화 저해, 국제관계에 대한 중대한 손실, 치안 및 풍기문란, 노동조건 악화, 각종 범죄 만연 등이었다.

이같은 문제들을 놓고 일본에선 정부 각 부처 내는 물론 단체들간에도 격론이 벌어진 적이 있었다.

노동성은 고용허가제 도입을, 경제인동우회는 기능실습제도를, 노동조합은 전문기술직종에 한해 외국인 근로자 도입을 제안했다. 또 법무성과 통상산업성은 각종 복잡한 사회문제 야기 등의 이유로 고용허가제 도입을 반대했다.

이는 외국인 근로자 문제가 단순히 법적.제도적 장치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복잡한 문제遮?반증이다.

그러면 우리나라에서 현재 논의되고 있는 외국인 고용허가제는 누구를 위한 제도인가.

이미 알려진 것처럼 우리나라의 외국인 근로자 도입은 중소기업의 인력난 완화로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강화시킨다는 경제논리에서 시작됐다.

그러나 최근의 논의를 보면 정치논리가 우선된 '외국인 근로자 보호대책' 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본말이 전도된 느낌마저 든다.

우리보다 경제력이 앞선 일본도 외국인 고용허가제 도입에 신중을 기하고 있는데 고유가, 포드쇼크, 구조조정 미진 및 풀뿌리 지방경제의 붕괴 등으로 신음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이를 서둘러 도입하려는 이유가 무엇인지 의문이 간다.

또한 우리의 경제수준이 언제 선진국 수준이 됐는지, 우리 국민이 외국에서 불법체류를 하면서 인권유린을 당했을 때 우리 정부는 어떠한 노력을 했는지, 규제완화와 개방화에 역행하는 외국인 고용허가제 때문에 경영상 발생하는 불법체류 문제를 근본적으로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 묻고 싶다.

만약 외국인 고용허가제 도입으로 외국인 근로자가 체류기간을 경과해 우리나라에 눌러앉게 될 경우 이들이 결국 지식정보 사회로 가는 우리 경제에서 단순노동력으로 남게 돼 우리사회가 부양해야 하는 하류층으로 전락할 소지가 많다.

또 새로운 법률과 제도만으로 현재와 같은 외국인 근로자의 인권문제를 보장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다양한 기관과 조직, 경영자와 일반국민이 각자의 입장에서 적정한 노력을 해야 하며, 계획된 정책에 의한 구체적인 지원과 유도책이 필요한 것이다.

그것은 단지 노동부에 맡겨둔다고 가능한 것이 아님은 이제까지의 노동정책에서 잘 알 수 있다.

따라서 외국인 근로자 정책은 외국인 인권문제만을 보고 단순히 결정할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백년대계를 생각하며 국가이익과 정부 내 경제부처와 실수요자인 중소기업계가 주장하는 경제논리를 우선 고려해 논의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이윤보 <건국대 경영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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