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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 근절? "단속보다 낙태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바꿔야"

중앙일보

입력

여름휴가 시즌, 크리스마스 이브를 지내면 훨씬 늘어난다는 낙태. ‘진정으로 산부인과를 걱정하는 의사들의 모임(진오비)’는 더 이상 불법 낙태 수술이 만연한 세태를 관망하지 않겠다며 암암리에 행해지는 불법 낙태수술 근절을 외치고 있다.

하지만 낙태를 허용하는 법의 범위는 너무 좁다. 경제적 여건 혹은 미혼을 이유로 낙태를 고민하는 여성들은 낙태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인정하지 않는 처사라고 반박하고 있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가 운영하는 ‘와이즈우먼의 피임·생리이야기(www.wisewoman.co.kr/piim365)’ 사이트가 최근 한달 간 웹사이트 방문 여성 129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설문조사에서 불법 낙태를 근절할 수 있는 해결책으로 응답자의 7~80%가 ‘올바른 피임교육과 이를 통한 효과적인 피임방법’을 제시했다.

또 여성들은 ‘산부인과 전문의와의 임신 및 피임상담’이 임신중절 예방에 효과적이라 생각하고 있지만 실제 이와 관련된 의료상담을 받은 경우는 10.1%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금까지의 성교육이나 피임교육 내용이 실제 성생활이나 여성 성의식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해 효용성이 떨어진다는 것. 때문에 여성들은 임신 중절을 근절하려면 단속보다 효과적인 피임교육과 피임법이 더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인공 임신중절 수술을 근절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묻는 질문에서는 응답자의 45%가 출산 양육 등에 관한 사회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답했으며 31%는 순결의식과 생명존중에 대한 윤리교육, 13%는 단속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불법 낙태수술을 방지하기 위해 단속과 처벌을 강화해야 하느냐(복수응답)’는 물음에서는 단속 실효성에 관한 의문이 많이 제기됐다. 58.5%의 여성들은 단속과 처벌을 강화해도 근절하기 어렵다고 대답했고 51.4%는 임신중절을 쉽게 생각하는 인식 변화를 위해 사회적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밖에도 불법 낙태수술을 근절하기 위해 필요한 교육 내용을 묻자 69%가 정확한 피임방법에 대한 교육을 꼽았으며, 14%는 임신중절로 인한 합병증과 부작용에 대한 정보, 11%는 생명존중에 대한 윤리의식 고취를 지목했다.

일선에서 진료하는 의사들도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산부인과 의사들의 83%는 불법적인 수술을 원하지 않지만 실제 진료실에서 경험하는 현실적인 문제들에 대한 불합리성과 모순을 체험하고 있다는 것.

때문에 설문에 응한 산부인과 의사 90%는 불법적인 낙태수술을 근절하려면 불가피한 사회·경제적 사유가 있는 경우 임신중절을 허용하는 모자보건법의 개정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임신중절과 관련된 문제는 단순하지 않은 사회병리적 현상이다. 단속이나 처벌만으로 단시간 내 해소하기 어렵기 때문에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으로 사회 전반의 윤리의식, 경제수준, 제반시설, 교육 및 보육 시설 등을 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교육 및 진료 상담 등을 통해 꾸준히 사회 분위기 변화에 참여하고 전문지식을 사회에 환원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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