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육상] 시각장애인 러년 준결진출 기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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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달리는 데는 전혀 문제가 없다. 순위다툼이 치열한 결승라인 근처에서만 약간 불편할 뿐이다."

시각장애인 육상선수 말라 러년(31.미국.사진)이 40억 인구가 지켜보는 시드니 올림픽 무대에서 가슴 벅찬 희망의 레이스를 펼치고 있다.

러년은 27일 벌어진 여자 1천5백m 예선 2조에서 4분10초83의 기록으로 조 7위에 오르며 24명이 겨루는 준결선에 진출했다.

러년은 조별로 준결선에 자동 진출하는 6위 안에는 못 들었지만 탈락 선수 중 기록 순으로 다시 뽑는 6명 안에 들어 28일 준결선에 합류했다.

"장애인이 희망을 버리면 인생의 낙오자로 전락한다" 며 장애인들에게 힘을 북돋워온 러년은 이날 역시 예선 3개조 출전선수 총 40명 중 19위에 올라 오히려 21명의 정상인을 제치는 기염을 토했다.

러년은 경기 때 바로 옆 주자만 희미하게 보일 뿐 전방은 전혀 볼 수 없는 중증 시각장애인. 9세 때 망막퇴행성 질환을 앓기 시작해 14세 때 시력을 거의 상실했지만 초인적인 노력 끝에 지난해 7월 내로라 하는 정상급 선수들과의 경쟁을 거쳐 미국 육상대표로 선발됐다.

시각장애인이 올림픽 본선 무대에 선 것은 근대 올림픽이 시작된 지 1백4년 만에 처음이다.

심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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