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뚜웨이밍 교수 "한국 기독교-불교 대화채널 필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6면

"한국은 특이하게도 여러 종교가 매우 활발하게 공존하는 나라이기에 '종교간의 공존' 이라는 미래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곳이다"

미국의 종교철학자인 뚜웨이밍(杜維明.60.하버드대)교수는 21일 전북 익산 원광대에서 열린 '원불교 정산종사 탄생 1백주년 기념 국제학술대회' 에 참석한 자리에서 이같이 평했다.

그는 이어 "종교학자로서 한국민의 종교적 열정에 관심을 가져왔다" 며 "그 열정을 사회적 발전으로 이어가기 위해서는 종교간 대화가 필요하다" 고 지적했다.

뚜웨이밍 교수는 "한국에서 여러 종교가 활발한 원인" 을 묻자 "한(恨)" 을 언급했다.

한 많은 민족, 감정이 예민한 민족이기에 샤마니즘 이후 현대의 서구종교에 이르기까지 많은 종교들이 한반도에 들어와 함께 번성해왔다는 것이다.

그는 "유교.불교.기독교 등 주요 종교들이 외래종교임에도 불구하고 외국의 다른 어느 나라보다 한국에서 더 원칙적이고 고유한 성격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이 더욱 놀랍다" 고 밝혔다.

1990년 극동지역 각국의 유교적 전통을 조사한 결과 한국이 가장 깊고 뚜렷한 전통을 유지하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한다.

한국불교의 선불교 전통, 아직 복음주의적 경향이 강하게 남아 있는 한국 기독교 등이 모두 "한국민의 종교적 열정" 에서 비롯된 현상이라는 것이다.

뚜웨이밍 교수는 "그래서 한국에선 종교간의 대화가 절실히 요구된다" 고 강조했다.

특히 "새로운 시대, 물질문명의 비약속에서 흔들리는 정신.영혼.가치관의 문제를 다잡기 위해 종교는 더욱 중요해질 것" 이라며 "미래의 평화는 종교간의 공존 없이는 불가능하다" 고 역설했다.

뚜웨이밍 교수는 종교간 공존의 성공사례로 인도 락나우 지방의 예를 들었다.

힌두교.이슬람.기독교가 공존하는 이 지역에서는 종교 지도자들이 매주 한 차례씩 만나 차를 같이 마시며 자질구레한 현안까지 모두 거론하고, 일정도 서로가 서로를 자극하지 않도록 사전에 이해를 구하고 조정한다고 설명했다.

"한국에서 이같은 대화가 아직 부족하다고 봅니다. 특히 기독교와 불교간에 정기적이고 제도적인 대화채널이 마련되길 기대합니다."

그는 "종교의 미래를 가늠케하는 한국의 실험을 지켜보겠다" 고 덧붙였다.

오병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