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리드 디카 아시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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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겨울여행을 준비 중인 직장인 김지현(27·서울 서초동)씨는 ‘하이브리드 디지털 카메라’라는 걸 최근 구입했다. 하이브리드는 승용차만 있는 게 아니라 카메라도 있었다.

“짐도 많은데 꽤 무거운 DSLR(렌즈교환식) 카메라를 들고 다닌 지난 여름여행은 고전이었죠. 이번 여행에는 하이브리드로 편안하게 여행하려 합니다.”

‘똑딱이’ 콤팩트 카메라도 아닌, 중후한 DSLR 카메라도 아닌 그 중간 성격의 하이브리드 카메라가 새로운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하이브리드 카메라는 기존의 DSLR 카메라처럼 렌즈를 교환할 수 있고, 수동 촬영 등 다양한 연출이 가능하다. 성능은 DSLR 카메라와 비슷하면서 본체와 렌즈의 크기와 무게를 DSLR의 60%까지 줄여 휴대하기 좋다. 콤팩트 카메라의 가격은 10만∼50만원대. DSLR 카메라는 천차만별이지만 대체로 본체만 100만원을 웃돌고 렌즈는 별도다. 하이브리드 카메라는 중간대로, 본체만 80만∼90만원대다.

2008년 12월 일본 파나소닉이 하이브리드 카메라의 원형이라 할 ‘G1’을 출시했다. 지난해 7월 올림푸스의 ‘펜’이 출시와 함께 선풍적인 인기를 얻으면서 ‘하이브리드’란 이름이 본격적으로 회자되기 시작했다. 지난해 말까지 국내에 정식 공급된 판매 물량이 거의 동나는 지경에 이르렀다. DSLR에 막 입문한 초보자에서부터 전문 사진작가에 이르까지 폭넓은 고객층을 확보했다. 펜의 후속 제품으로 지난해 말 나온 펜 E-P2 역시 두 차례 예약판매가 모두 당일 매진됐다. 지난해 12월 파나소닉이 발매한 하이브리드 카메라 GF-1은 예약판매 20분 만에 준비한 500대가 모두 동났다.

콤팩트 카메라에 주력해온 삼성 역시 하이브리드 시장에 뛰어들었다. 자체 개발한 NX10을 이달 초순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소비자가전쇼(CES 2010)에서 공개한 데 이어 19일 출시한다.

하이브리드 카메라의 성장세는 DSLR 시장이 주춤한 것과도 연관돼 있다. DSLR 카메라를 원하는 고객 대부분 DSLR 카메라를 구매한 데다 기능적으로도 새로운 수요층을 끌어들일 만한 아이템이 없다는 게 디지털카메라 업계의 고민이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카메라 시장 규모는 약 240만 대. 이 중 콤팩트 카메라가 200만 대, DSLR 카메라가 약 40만 대 정도다. 이에 비해 지난해 팔린 하이브리드 카메라는 1만5000대에 불과하지만 물건이 나오는 대로 속속 매진돼 올해 이 시장 전망은 밝은 편이다. 파나소닉코리아의 노운하 이사는 “하이브리드 카메라 렌즈군이 많아지고 가격대가 한 계단 저렴해진다면 2012년께에는 하이브리드 카메라 시장이 DSLR 시장 규모를 앞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심재우 기자

◆DSLR(Digital Single-Lens Reflex) 카메라=직역하면 디지털 일안(一眼) 반사식 카메라다. 뷰파인더에 비치는 모습이 거의 그대로 사진으로 출사되는 고급 디지털 카메라다. 다양한 종류의 렌즈를 사용할 수 있다. 렌즈와 상이 맺히는 촬상면 사이의 ‘미러 박스’를 없애 두께를 줄인 것이 하이브리드 카메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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