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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업서 카지노 사업 왜 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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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1968년 3월 이래 서울에 있는 외국인 전용 카지노는 워커힐 카지노 단 하나 뿐이다. 한국관광공사가 경영하다 72년 파라다이스 그룹에 넘긴 것이다. 이 카지노가 흑자를 내기 시작하자 '특혜'시비도 있었다.

현재 외국인 전용 카지노는 모두 13곳. 근래엔 이들 중 워커힐 카지노와 카지노 부산 두 곳이 흑자를 냈다. 모두 파라다이스 그룹 카지노다. 그런데 내년부터 서울 두 곳과 부산 한 곳에 새 카지노가 생긴다. 관광공사가 직영한다. 이를 두고 4일에 이어 5일에도 국감장에서 논란이 벌어졌다. 국회 문화관광위의 문화관광부.관광공사 감사에서다.

정동채 문화관광부 장관은 전날 국감장에서 "파라다이스의 일방적 특혜를 청산할 때가 됐다고 본다"며 "카지노 세 개를 추가로 허가한 것을 바꿀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것이 옳으냐는 시비가 일었다.

한나라당은 노무현 대통령을 주목했다. 정병국 의원은 "관광공사와 토공이 9월 7일 개최한 공청회 녹취록에 따르면 정 장관은 '7월 1일 (대통령으로부터)임명장을 받으며 대통령이 제게 주신 우선적 과제는 두 가지였다…둘째는 카지노를, 외국인 카지노를 확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세상 어느 나라가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사행산업을 하라고 하고, 또 그 지시에 따라 일사천리로 일을 진행할 수 있느냐"고 지적했다. "관광공사가 10년쯤 하다가 공공기관에서 하기엔 부적합하다고 해서 손을 놓았는데 또 나서는 이유가 뭐냐"고도 했다.

의원들은 관광공사의 경영능력에 의문을 나타냈다. 민주당 손봉숙 의원은 "관광공사의 경영능력은 제로, 아니면 마이너스"라며 "카지노 사업을 제대로 할 수 있겠는가"라고 물었다. 민주노동당 천영세 의원도 "제주도 카지노 업체가 이미 문을 닫을 판인데 (관광공사가) 5년 내 200%나 성장하겠다고 전망한 것은 장밋빛"이라며 꼬집었다. 열린우리당 이경숙 의원도 "독점 해체란 점에서 긍정평가할 수 있으나 공기업인 관광공사에 과연 카지노 경영 능력이 있는지 우려된다"고 했다.

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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