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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 시론…경제 진단 (3)] 금융개혁 가장 급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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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최근의 경제 불안은 외부의 충격과 우리 경제 내부의 취약점이 상호작용을 하면서 나타난 것으로, 문제는 이러한 작은 위기는 글로벌환경에서 앞으로 언제든지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 10년간 글로벌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세계경제는 오히려 불확실성이 더 커졌고, 국가의 경제 통제력은 약화되었다.

지금의 상황을 보자. 유가는 등락을 계속할 것이고, 마찬가지로 반도체 가격도 우리가 어떻게 해 볼 수 있는 일은 아니다. 또한 포드가 대우자동차를 포기한 것도 상당 부분은 우리의 통제밖의 일이다.

지난 6월 말 포드는 매우 적극적으로 대우차를 인수하려는 의지를 가지고 있었으며, 그래서 높은 가격을 제시했다.

그러나 석달 사이에 포드의 내부사정이 많이 바뀌었다. 무엇보다도 파이어스톤이 만들어서 포드차에 장착한 불량 타이어 6백50만본의 리콜을 8월 9일에 발표하면서 주가가 20% 이상 하락하고 회사가 위기 국면을 맞이했다.

또한 유럽과 미국시장에서의 영업성적도 기대에 못미쳤다. 1990년대에 세계에서 가장 잘 나가던 자동차 회사인 포드도 이런 어려운 국면을 맞이하면서 세계시장에 대한 전략을 수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급기야 지난 주의 포드 이사회는 대우자동차를 포기하고, 여유자금으로 자사주를 시장에서 매입하는 고육책으로 주식가격을 떠받치려는 결정을 하게 된 것이다.

그러한 포드의 결정은 물론 한국경제의 시급한 구조조정에 찬물을 끼얹는 결과를 초래했다. 포드가 대우자동차를 인수하려다 갑자기 손을 뗀 것은 도덕적인 책임은 있으나, 원래의 응찰이 법적인 구속력은 없었던 만큼 한국측이 어떻게 해 볼 수는 없는 노릇이다.

포드는 물론 포기의 이유로 대우자동차의 부실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나빴다는 점을 암시하고 있지만, 포드의 대우 포기의 진정한 이유를 밝혀내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처럼 세가지 악재가 겹치면서 워낙 취약했던 한국경제는 위기국면으로 접어들게 됐다. 우리 경제가 튼튼하다면 이 정도의 충격은 견뎌낼 수 있을텐데 불행하게도 우리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부실기업의 정리는 지지부진하고, 문 닫아야 할 기업들이 오히려 더 쉽게 사업을 하고 있다. 금융권에 대한 구조조정은 이미 들어간 1백10조원이 부족해 추가로 30조~50조원이 더 들 것이라고 한다.

정부 부문의 구조조정은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으며 집단 이기주의는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현 정부는 너무 조급하게 IMF위기를 극복했다고 선언해 버렸다.

계속되는 경제불안에 대한 해법은 안정적인 경제운용과 확실한 구조조정이다. 우리 경제가 이제는 세계경제와의 연계성이 매우 높아졌기 때문에 경제와 기업의 운용에서 외부의 충격에 견딜 수 있는 마진을 충분히 가져야 한다.

포드자동차의 전략변화가 한국경제의 목을 조일 수도 있는 것이 지금의 세계경제다. 외부 충격을 견딜 수 있는 견고한 경제를 만들어 나가야 하는데 그것은 바로 구조조정을 제대로 하는 것이다.

특히 문제의 핵심은 금융구조조정이다.

이것이 안되는 이유는 첫째, 정부가 실업과 사회적 불안을 생각해서 과감한 조치를 취하지 못하는 점이고 둘째는 오랜 기간 구습에 젖어 있는 금융 종사자들이 새로운 금융방식을 받아들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빨리 해결하려면 국내외의 전혀 새로운 금융기관의 진입을 허락하는 것이 하나의 방안이 될 것이다.

구경제는 서서히 고사시키고 그 자리에 신경제가 자리 잡도록 하는 방식을 시도해 봄직하다. 중국의 국유기업 개혁전략이 바로 그러하다.

사회문제 때문에 국유기업을 일시에 없앨 수는 없으므로 비국유 부문을 성장케 함으로써 국유부문의 폐해를 줄이는 방식이다. 기존의 것을 바꾸기가 힘들면 새 것으로 대체하는 방법을 고려해 보아야 한다. 구조조정은 앞으로 최소한 5년은 해야 견고한 경제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정구현 <연세대 경영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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