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신봉이 LIG손해보험 소속이던 2008년 경기 도중 코믹 댄스를 선보이고 있다(위 사진). 아래는 GS칼텍스 데스티니가 공격에 성공하고 깡충깡충 뛰는 모습. [중앙포토·뉴시스]
세리머니의 최고봉은 ‘원조 거미손’ 방신봉(35·KEPCO45)이다. 허리 돌리기는 기본이고 쌍권총 세리머니, 속옷 세리머니를 비롯해 다양한 춤 동작을 선보인다. 이번 시즌엔 걸그룹 브라운아이드걸스의 ‘시건방춤’을 멋지게 소화해 관중을 즐겁게 했다. 그의 세리머니 철학은 확고하다. “프로라면 관중에게 서비스를 할 의무가 있다. 후배들도 배구 인기를 위해 적극적으로 세리머니를 했으면 한다”는 게 방신봉의 생각이다.
물론 때와 장소를 가린다. “홈 경기 1~2점 차 접전에서 블로킹을 잡은 뒤 하는 세리머니가 효과 만점”이라고 한다. 최근 방신봉은 원포인트 블로커로 경기 출전 시간은 많지 않다. 하지만 간간이 터지는 그의 세리머니는 분위기 상승에 큰 역할을 한다. 그는 “아내도 나이 들어 주책이라고 하지만 감독님이 원하신다. 계속 새로운 세리머니를 선보이고 싶다”고 말했다.
세리머니를 펼치는 스타일도 제각각이다. 패러디형은 관중의 큰 웃음을 자아낸다. 삼성화재 센터 고희진도 방신봉에게 뒤지지 않는 끼를 가졌다. 지난 시즌엔 ‘피겨퀸’ 김연아가 TV 광고에서 선보인 씽씽춤을 따라 했다. 올 시즌엔 쇼트프로그램 007에서 선보인 권총 세리머니로 바꿨다. 현대캐피탈 하경민은 새해 첫날 열린 맞수 삼성화재전에서 ‘벡터맨 세리머니’를 선보였다.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배우 김성수가 하는 동작을 자신만의 스타일로 소화했다.
파이팅형은 분위기 띄우기에 그만이다. 주먹을 쥔 채로 어퍼컷 세리머니를 하거나 코트를 한 바퀴 도는 모습은 익숙하다. GS칼텍스의 새 외국인 선수 데스티니는 조금 특별하다. 공격을 성공시키면 제자리에서 깡충깡충 뛴다. 높이뛰기 선수 출신인 데스티니는 “경기가 시작되면 나도 모르게 에너지가 솟아오른다. 그 에너지를 동료에게 나눠주기 위해 세리머니를 한다”고 말했다.
닭살형도 있다. 삼성화재 외국인 선수 가빈은 스파이크를 성공시킬 때마다 세터 최태웅과 진한(?) 포옹을 나눈다. 1m85㎝의 ‘단신’ 최태웅이 2m7㎝의 가빈을 안아 올리며 애정을 표시한다.
오명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