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배구장의 쇼쇼쇼 … 배꼽 잡는 관중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7면

방신봉이 LIG손해보험 소속이던 2008년 경기 도중 코믹 댄스를 선보이고 있다(위 사진). 아래는 GS칼텍스 데스티니가 공격에 성공하고 깡충깡충 뛰는 모습. [중앙포토·뉴시스]

배구를 보는 또 다른 재미가 세리머니다. 농구와 달리 배구는 득점이 되는 순간 볼 데드가 되기 때문에 선수들이 독특한 세리머니를 펼칠 시간도 충분하다. 스파이크도 시원스럽지만 블로킹도 짜릿하다. 멋진 세리머니를 펼치는 선수 중에는 블로킹을 주로 맡는 센터가 많은 편이다. 블로킹은 단순한 1점 이상으로 상대의 기를 꺾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세리머니의 최고봉은 ‘원조 거미손’ 방신봉(35·KEPCO45)이다. 허리 돌리기는 기본이고 쌍권총 세리머니, 속옷 세리머니를 비롯해 다양한 춤 동작을 선보인다. 이번 시즌엔 걸그룹 브라운아이드걸스의 ‘시건방춤’을 멋지게 소화해 관중을 즐겁게 했다. 그의 세리머니 철학은 확고하다. “프로라면 관중에게 서비스를 할 의무가 있다. 후배들도 배구 인기를 위해 적극적으로 세리머니를 했으면 한다”는 게 방신봉의 생각이다.

물론 때와 장소를 가린다. “홈 경기 1~2점 차 접전에서 블로킹을 잡은 뒤 하는 세리머니가 효과 만점”이라고 한다. 최근 방신봉은 원포인트 블로커로 경기 출전 시간은 많지 않다. 하지만 간간이 터지는 그의 세리머니는 분위기 상승에 큰 역할을 한다. 그는 “아내도 나이 들어 주책이라고 하지만 감독님이 원하신다. 계속 새로운 세리머니를 선보이고 싶다”고 말했다.

세리머니를 펼치는 스타일도 제각각이다. 패러디형은 관중의 큰 웃음을 자아낸다. 삼성화재 센터 고희진도 방신봉에게 뒤지지 않는 끼를 가졌다. 지난 시즌엔 ‘피겨퀸’ 김연아가 TV 광고에서 선보인 씽씽춤을 따라 했다. 올 시즌엔 쇼트프로그램 007에서 선보인 권총 세리머니로 바꿨다. 현대캐피탈 하경민은 새해 첫날 열린 맞수 삼성화재전에서 ‘벡터맨 세리머니’를 선보였다.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배우 김성수가 하는 동작을 자신만의 스타일로 소화했다.

파이팅형은 분위기 띄우기에 그만이다. 주먹을 쥔 채로 어퍼컷 세리머니를 하거나 코트를 한 바퀴 도는 모습은 익숙하다. GS칼텍스의 새 외국인 선수 데스티니는 조금 특별하다. 공격을 성공시키면 제자리에서 깡충깡충 뛴다. 높이뛰기 선수 출신인 데스티니는 “경기가 시작되면 나도 모르게 에너지가 솟아오른다. 그 에너지를 동료에게 나눠주기 위해 세리머니를 한다”고 말했다.

닭살형도 있다. 삼성화재 외국인 선수 가빈은 스파이크를 성공시킬 때마다 세터 최태웅과 진한(?) 포옹을 나눈다. 1m85㎝의 ‘단신’ 최태웅이 2m7㎝의 가빈을 안아 올리며 애정을 표시한다.

오명철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