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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아줌마' 30대 시청자 눈길끌기 성공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3면

"첫회 방송 잘 봤습니다. 저도 아줌마고 직장에 나가는 여성이라 삼숙보다는 그녀의 큰 시누이에 가깝지만 아주 못된 시누이는 아니랍니다. 극중에 아줌마의 여러 군상을 잘 설정해 놓으셨군요. 대한민국 아줌마들의 스트레스를 팍팍 풀어주실 것만 같네요. "

"고졸이라고 무시하는 남편과 시누이, 정말 얄밉더라구요. 정말 진정한 인격이 뭔지, 아줌마의 위력이 뭔지 확실히 보여주세요. "

18일 시작한 MBC 새 월화드라마 '아줌마' (밤9시55분)에 대한 30대 시청자들의 반응이 뜨겁다.

제목부터 '아줌마' 들을 겨냥하고 만든 드라마이니 당연하달 수도 있지만, 대개의 평일 밤 드라마가 10.20대 시청자 눈높이에서 만들어지는 현실이고 보면 이처럼 '나는 아줌마' 임을 내세운 반응이 방송사 홈페이지를 메우는 현상은 여간 보기드문 게 아니다.

기획단계에서 나온 줄거리는 '월급 없는 파출부' 처럼 살아온 주인공 삼숙(원미경)이 제 목소리를 내게 되는 과정. 이혼도 불사하려는 삼숙의 태도 변화에 온식구가 그동안의 잘못을 뉘우치며 매달린다는 결말이 삼숙의 편에 선 시청자들에게 쾌감을 줄 것은 이미 예상된 일이다.

하지만 드라마는 첫 1.2회부터 '386' 세대 지식인인 남편 진구(강석우)의 위선적 면모를 적나라하게 풍자하는 방식으로 재미를 제공했다.

영화 '박하사탕' 을 패러디한 과거회상 장면에서 진구는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에 분노해 술에 진탕 취한 양 굴면서 친구 동생 삼숙에게 달려들지만, 사실은 내기 당구에서 졌기 때문이라는 게 밝혀져 실소를 자아낸다.

삼숙을 임신시킨데 분노한 친구의 주먹에 얻어맞은 뒤 내키지 않는 결혼을 결심하면서도 진구는 삼숙에게 '나만 믿으라' 는 허풍을 잊지 않는다.

그리고 대학강사인 그가 컴퓨터 포르노사이트를 보다 아내에게 들키자 '음란산업의 유통구조 분석중' 이라고 둘러대는 식이다.

이처럼 풍자적인 사건전개는 드라마의 재미로 작용하고 있지만, '인물을 너무 희화한다' 는 비판도 적지 않다.

삼숙이 시댁식구들에게 일방적으로 무시당하는 설정이나, 앞뒤 생각없이 행동하는 듯한 모습이 "요즘 아줌마들 실정에 안맞는다" "'아줌마' 에 대한 고정관념을 답습한다" 는 지적이다.

아줌마의 눈을 빌린 풍자의 재미와 시청자들이 바라는 새로운 아줌마상을 제시하는 숙제 사이에서 제작진이 얼마나 현명한 해법을 내놓을 지 궁금하다.

이후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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