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축구]한국, 스페인에 0:3 완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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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적어도 전반 40분이 지날 때까지 이천수는 그라운드에 없었다. 단지 스타팅 멤버 명단에만 존재하는 선수였다.

김도훈과 함께 투톱으로 기용된 이천수는 볼을 만져볼 기회가 없었다. 전반 20분이 지나 코너킥을 찰 때 겨우 한번 모습을 비쳤고 40분이 지나서야 비로소 왼쪽 돌파에 의한 센터링을 보여줄 수 있었다. 그만큼 한국의 패스는 최전방 공격수에게 연결되지 않았다.

유고.나이지리아와의 국내 평가전에서 보여준 활기찬 플레이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한마디로 변명의 여지가 없는 완패였다. 시드니 올림픽 개막 하루 전 벌어진 한국 선수단의 첫 경기치고는 형편없는 경기였다.

한국 축구팀은 14일 오후 6시(한국시간) 호주 애들레이드'힌드마시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축구 예선 B조 첫 경기에서 스페인에 0 - 3으로 대패했다. 한국 선수들은 그라운드에 들어설 때부터 힘이 없었다. 패스할 곳을 찾기 힘들 정도로 움직임이 둔했다.

그리고 멜버른에서 동시에 벌어진 B조 모로코 - 칠레 경기에서 칠레가 4 - 1로 대승을 거두면서 한국의 올림픽 첫 8강 진출 꿈은 멀어졌다.

전반 8분 스페인 타무도의 날카로운 중거리슛은 골키퍼 김용대가 선방했으나 곧바로 이어진 공격에서 첫 골을 내줬다.

공중볼을 가슴 트래핑한 벨라마산이 그대로 왼발 논스톱 슛, 볼은 김용대가 손 쓸 새가 없이 그물을 흔들었다.

첫골을 허용하자 한국 선수들은 허둥대기 시작했다. 볼을 따라 몰려 다니다 25분 호세 마리아 로메로에게 둘째 골을 내줬다. 페널티지역 안에서 로메로의 페인팅 한번에 한국 수비수 2명이 그대로 뚫렸고 로메로는 여유있게 오른발 슛으로 골네트를 흔들었다.

셋째 골은 36분에 터졌다.

한국 진영 왼쪽을 뚫은 타무도가 센터링을 하려다가 넘어지면서 빗맞은 볼이 골포스트를 맞고 퉁겨 나오자 골문 안에 들어가 있던 수비수들을 보면서 에르난데스가 가볍게 오른발로 밀어 넣었다.

0 - 3으로 뒤진 채 후반을 맞은 한국은 전반보다는 활기찬 공격을 펼쳤으나 수비진이 허둥대기는 마찬가지였다.

11분 에르난데스의 결정적인 슛은 김용대가 넘어지며 발로 막아냈고, 18분 가브리의 중거리슛 역시 김용대가 손으로 쳐내 추가 실점 위기를 넘겼다.

한국은 후반 교체 멤버로 들어간 이동국이 35분 날카로운 프리킥 슈팅을 날렸으나 그마저 스페인 골키퍼의 선방으로 무위로 끝났다.

경기장에는 '붉은 악마' 와 '호돌이 응원단' 등 한국에서 달려간 2백여명의 응원단이 꽹과리를 치며 힘껏 응원했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소리는 작아졌다.

멜버른에서 벌어진 B조 모로코 - 칠레 경기는 칠레가 4 - 1로 승리했다.

한편 한국은 17일 오후 6시 애들레이드에서 모로코와 예선 2차전을 벌인다.

시드니 올림픽 특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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