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신사복 "외국 명품 한판 붙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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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해외 유명 브랜드들이 독식해 왔던 1백만원이 넘는 고가 신사복 시장에 국내 업체들이 도전장을 던졌다.

제일모직.LG패션.코오롱상사 등은 올 추동복 신상품을 내놓으면서 1백만원대 정장을 지난해보다 30% 이상 늘렸다. 외국 브랜드와 본격적으로 맞서기 위해서다.

제일모직 빨질레리.지방시, LG패션 닥스, 코오롱상사 오스틴리드의 경우 정장.코트류에서 1백만원을 넘는 상품의 비중이 처음으로 20%를 넘어섰다.

이들 제품의 브랜드는 모두 외국 것이지만 로열티를 주고 이름만 빌려왔을 뿐 디자인과 생산은 국내에서 하는 것이다. 순수 국내 브랜드인 제일모직 프린시피오.카디날은 1백만원대 상품의 비중을 15%로 높였다.

이에 따라 이들 브랜드의 제품에서 20만~30만원대는 사라졌다.

백화점의 자체 브랜드(PB)에도 1백만원대 정장이 등장했다.

신세계백화점은 '키스앤헉' 가을정장 1백만원짜리를 내놓았다. 빨질레리.지방시는 고가 제품이 1백15만원부터 시작해 최고 3백50만원까지 한다.

체형에 맞게 다시 가공해주는 니나리찌의 맞춤용 정장은 가장 싼 게 2백만원짜리다. 오스틴리드 맞춤용 정장도 최하 1백25만원이다.

서울지역 롯데.현대.신세계백화점의 신사복 매장에서 추동복 신상품 중 고가품의 비중이 30%에 달한다.

국내 업체들이 고가 정장을 출시한 것은 조지오 알마니.에르메네질도 제냐 등 1백50만~3백만원대 해외 명품의 매출이 지난해부터 20~30% 늘어나면서 국내시장을 빠른 속도로 잠식하는데 대한 위기의식 때문이다.

올해만도 1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는 고가 정장시장을 지키기 위해서다.

수입 신사복 가운데 매출 실적이 가장 좋은 알마니의 경우 올 상반기에만 1백15억원의 매출로 지난해보다 20% 이상 신장했다.

신세계백화점 본점의 경우 에르메네질도 제냐의 매출이 올 상반기에 6억원, 페레가모는 4억5천만원에 달해 지난해보다 각각 30% 안팎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경기하강 논란 속에 백화점 여름세일에서 고가 신사복 매출이 지난해보다 20% 이상 증가한 것도 계기가 됐다.

신사복 업계 관계자는 "벤처 기업가들의 등장으로 고가 정장을 구입하는 층이 50대에서 30대 후반까지 낮아져 소비층이 두터워졌다" 고 분석했다.

해외 유명 정장 브랜드들도 앞다퉈 국내에 진출한다.

다음달에는 이탈리아 '로로피아나' 와 프랑스의 '프란체스코 스말토' '크리스찬 디올' 이 신세계.현대백화점에 매장을 낸다.

국내 기업들이 만드는 정장의 원단은 이탈리아.영국 등 외국산이 대부분이다. 추동 정장은 80~1백20수가 보편적인데 고가품은 1백50수다.

'수' 란 원단 1g에서 실을 뽑아냈을 때 실의 길이를 ㎝로 표시한 용어다. 1백50수라면 원단 1g당에서 실 1백50㎝를 뽑았다는 의미다.

또 울 1백%인 최고급 수입기지나 양 가슴털만 모은 캐시미어 혼방 소재를 사용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의 신사복 담당 박인재 과장은 "외국 명품이 시장점유율을 높임에 따라 국내 업체도 디자인과 소재를 차별화한 상품을 내놓고 있다" 고 말했다.

김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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