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계 '신 자유주의' 논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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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교육계에 신자유주의 논쟁이 거세게 일고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최근 "교육부가 시행하고 있는 ▶7차 교육과정▶자립형 사립고 도입▶외국인학교 내국인 입학 허용 등은 공교육을 파탄시키는 신자유주의적인 교육정책" 이라며 "신자유주의 교육정책 철폐를 위한 투쟁을 벌여나가겠다" 고 밝혔다.

신자유주의란 시장과 경쟁의 원칙을 도입해 경제체제의 질을 개선하자는 것으로 국가의 개입은 경쟁 메커니즘을 유지하는 수준으로 최소화해야 한다는 주장.논리다.

한양대 교육학과 정진곤(鄭鎭坤)교수는 "교육에서의 신자유주의란 교육체제의 질 개선을 위해 학생.교사.학교간 경쟁을 허용하고, 교육 수요자인 학생.학부모의 학교 선택권을 보장해주며, 획일화된 학교 형태를 다양화하려는 노력" 이라고 정의했다.

◇ 신자유주의 정책=교육과정.교직.교육체제 등에서 신자유주의에 바탕을 둔 정책들이 쏟아져나오고 있다.

1995년 '5.31교육개혁' 이후 추진된 교육개혁안들은 대부분 교육의 다양성.수월성(秀越性.잘할줄 아는 것)과 교육 수요자의 선택권 등을 강조해 왔다는 측면에서 신자유주의적인 정책으로 분류된다.

평준화 틀을 부분적으로 깨려는 자립형 사립고교는 2002년부터 시범적으로 시행할 계획이다. 교육부가 내년 3월부터 시행하려는 외국인학교 개방도 학부모의 학교 선택권 보장이란 측면에서 신자유주의 정책으로 분류된다.

수준별 이동수업, 심화 및 보충학습, 고교 선택과목 확대 등 7차 교육과정도 마찬가지다.

이정재 광주교육대 총장은 "연수학점제.수석교사제.교장연임제 등 일련의 교직정책 역시 교사들의 개별적인 경쟁을 지나치게 유도하고 있다" 고 말했다.

◇ 신자유주의자=교원단체들이 지목하는 대표적인 신자유주의자는 이돈희(李敦熙)교육부장관이다. 李장관은 교육개혁위원회.새교육공동체위원회 등에서 자립형 사립고교.부속학교의 실험학교화 등 교육개혁을 이끌어왔다.

李장관은 "교육을 시장경제 원리에 맞춰 경쟁을 통해 질을 향상시키려고 한다는 의미의 신자유주의자라면 나는 아니다.

다만 교육을 획일적인 틀 속에서 운용하지 않고 프로그램과 체제를 다양화한다는 의미라면 신자유주의자라고 할 수 있다" 고 말했다.

전교조 김대유 정책실장은 "고시 출신으로 미국에서 유학한 일부 교육부 관료들이 신자유주의 정책을 주도하고 있다" 며 "사회를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 장소로 보고 여기에 잘 적응하는 늑대와 같은 인간을 길러내려는 것" 이라고 비판했다.

◇ 유.무해 논란=전교조는 "신자유주의 정책으로 학생.교사들은 무한경쟁에 시달리고 사교육비는 더욱 증가하는 폐해가 나타나고 있다" 며 "7차 교육과정의 경우 수준별 수업은 우열반 편성으로 나타나고 있다" 고 지적했다.

전교조의 신자유주의 유해론은 경쟁을 통해 자기 향상을 하지 않으려는 교사집단의 이기주의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연세대 교육학과 한준상(韓駿相)교수는 "학교나 교사가 학생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는 측면에서는 신자유주의가 긍정적인 면도 있다" 고 평했다.

강홍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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