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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 올림픽 2000] 9월15일 성화 점화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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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여기에는 땀이 흐른다. 젊음이 넘친다. 환희도 있고 좌절도 있지만 어느 순간 하나가 된다. 어깨동무를 해도 좋고 덩실덩실 춤을 춰도 좋다.

여기에는 '다르다' 는 것이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국가가 다르고 인종이 다르고 언어가 다르고 종목이 달라도 여기에서는 똑같은 '올림피언' 이다.

이제 오스트레일리아 시드니는 세계의 축제장이다. 세계의 젊은이들이 한데 모여 힘과 기량을 겨루고 함께 어울려 친구가 되는 한마당을 치른다.

2000년대 최초의 올림픽을 치르는 시드니는 정녕 축복받은 곳이다. 쓰레기 매립장이었던 홈부시 베이 일대에 조성한 올림픽 파크에 전 세계의 눈과 귀가 몰리고 있다. 여기에서 벌어지는 인간 승리의 드라마는 전 세계인들을 울리고 웃길 것이다.

올림픽 성화가 메인 스타디움인 '스타디움 오스트레일리아' 를 밝히며 본격적인 개막을 알리는 날은 15일. 화합을 상징하는 성화는 다음달 1일까지 17일 동안 훨훨 타오를 것이다.

그러나 벌써 올림픽은 시작됐다. 세계 각국의 문화를 알리는 축제는 이미 여기 저기서 흥겨운 가락을 울려대고 있고 한국의 '조선시대 명품전' 도 열리고 있다.

개막식 하루전인 14일엔 애들레이드에서 한국의 믿음직한 축구 대표선수들이 스페인과 한판 승부를 벌인다. 열광과 환호. 응원단은 목이 쉬도록 외치고 손바닥이 아프도록 박수를 친다.

이미 올림픽은 뜨거운 열기로 가득차 있다. 시드니 올림픽에 준비돼 있는 금메달은 3백개. 1만명이 넘는 참가 선수들 모두 다 금메달을 소망하지만 여름내 흘린 땀만큼 결실을 얻을 것이다.

승자에게는 환호를, 패자에게는 격려의 박수를 보내자. 금메달 10개 이상으로 5회 연속 종합 순위 10위 이내□ 한국 선수단의 목표는 이미 달성된 것이나 다름없다.

그들이 흘린 땀을 우리는 알고 있다. 그들은 개인의 명예와 조국의 영광을 위해 열심히 뛸 것이다.

한국의 무술인 태권도가 처음으로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시드니 올림픽은 한국 스포츠사에 한 획을 긋게 된다.

"차렷" "경례" 등 우리의 말이 체육관을 쩌렁쩌렁 울리고 전파를 타고 전 세계에 퍼져 나갈때 금메달을 딴 것 이상의 자부심을 가져도 좋다.

참가국 수가 2백개국. 1896년 그리스 아테네에서 14개국이 모여 근대 올림픽을 시작한 지 1백4년. 역대 최다 참가다. 신생국들이 늘어나는 만큼 올림픽 참가국도 늘어난다.

그러나 이들 가운데 시드니에서 동메달 하나라도 따가는 나라는 80개국이 조금 넘을 것이다.

그러면 나머지는? '참가하는 데 의의가 있다' 는 올림픽 정신이 실력 없는 선수들의 자기 변명이라고 치부된 지 이미 오래지만 이들이야말로 올림픽 정신을 지키는 나라들이 아닌가?

이들을 '들러리' 라고 무시하지 말자. 함께 축제를 즐기는, 사랑하는 친구들이다.

김수녕.정재은.심권호.김동문 등 자랑스런 한국의 아들.딸들이 세계 정상에 우뚝 서는 모습을 보는 순간 정녕 가슴 뿌듯함을 느끼리라.

그러나 우리는 시드니 올림픽에서 모리스 그린(미국)도, 매리언 존스(미국)도, 이언 서프(호주)나 술레이마놀루(터키)도 만날 수 있다.

그뿐인가. 시각 장애 육상선수 말라 러년(미국)이나 청각 장애 수영선수 테렌스 파킨(남아프리카공화국), 암을 이기고 세계 정상에 다시 선 사이클선수 랜스 암스트롱(미국)이 열심히 달리고 헤엄치는 장면도 목격할 수 있다.

그러나 이들만이 인간 승리 드라마의 주인공이라고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 올림픽을 통해 하나가 되면 우리 모두가 주인공이므로.

(사진은 태권도 여자 57㎏급 금메달 후보 정재은의 이단 옆차기 장면과 시드니 올림픽파크 전경을 합성한 것입니다.)

시드니〓특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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