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 라이벌 글로벌 채권펀드] 하이일드 vs 다이나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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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국내 채권형 펀드는 안정성에 중점을 둔 투자 상품이다. 주요 고객도 일반투자자보다는 기관 등 이른바 ‘큰손’들이다. 안정성이 뛰어난 대신 주요 투자 대상이 국공채나 우량 회사채인 만큼 수익성은 기대에 못 미칠 때가 많다. 지난해 국내 채권형 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3.8%였다.

하지만 해외 채권에 분산 투자하는 글로벌 채권 펀드로 눈을 돌리면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 특히 고위험·고수익을 추구하는 펀드 중에는 지난해 주식형 펀드 못지않은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상품도 있다. 얼라이언스번스틴(AB)의 ‘글로벌 고수익(High yield)’(이하 하이일드)이 대표적이다. 여기서 한 발짝 ‘안정성’ 쪽으로 옮겨 간 펀드도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글로벌다이나믹’(이하 다이나믹)이 그런 펀드다.

국내에 판매되는 글로벌 채권 펀드는 해외 운용사들이 이미 운용하고 있던 유명 펀드에 투자하는 방식(재간접)이 많다. ‘하이일드’도 지난해 6월 국내에서 재간접 펀드로 출시됐다. 설정액이 92억 달러에 달하는 모(母)펀드의 지난해 수익률은 60.76%(달러화 기준)였다. 국내 채권형 펀드(3.80%)와는 격차가 크고 지난해 잘 나갔던 주식형 펀드들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성적이다. 국내에 출시된 재간접 펀드의 6개월 수익률도 22.68%를 기록하고 있다.

이 펀드는 채권형이지만 고위험·고수익을 추구한다. 주요 투자 대상도 투자 적격 등급에 못 미치는 해외 회사채나 신흥국가의 채권이다. 지난해 세계 금융위기가 진정되면서 바닥까지 떨어졌던 이들 채권 값이 빠른 회복세를 보인 덕에 수익률이 고공행진을 했다. 업체 측에 따르면 주요 투자자는 은행 프라이빗뱅킹(PB) 고객들이었다.


펀드 규모가 큰 덕에 투자하고 있는 채권 종류만 500개에 달한다. 이 같은 분산을 통해 위험을 줄인다는 게 기본 전략이다. 다만 한계는 있다. 2008년 수익률은 -32.39%였다. 금융위기에 뒤이은 구조조정의 격랑 속에 전 세계에서 부도를 내는 발행사가 늘면서 큰 폭의 돈을 까먹는 상황이 발생했던 것이다.

‘다이나믹’의 경우 ‘하이일드’에 비해 수익률 기대치를 다소 낮추되 위험도 줄이는 전략을 쓴다. 지난해 수익률은 27.24%로 ‘하이일드’에 못 미친다. 하지만 이 펀드의 경우 2008년에도 플러스 수익률(8.97%)을 기록했다. 주식형 펀드보다 위험은 낮고 예금 상품보다는 높은 수익을 원하는 투자자가 주요 고객이다.

이런 차이는 보유 종목에서 비롯됐다. 지난해 10월 말 기준으로 ‘하이일드’는 아르헨티나·베네수엘라 등 신용등급이 비교적 낮은 신흥국가의 채권을 많이 보유했다. 반면 ‘다이나믹’은 미국·독일 등 선진국 채권의 비중이 크다. 보유 채권의 평균 신용등급은 ‘고수익’이 BB-, ‘다이나믹’이 A다. 다만 ‘다이나믹’의 경우 보유 채권이 30여 종에 그쳐 분산투자 면에선 ‘하이일드’가 앞선다.

전 세계 금융시장이 ‘출구전략’의 압박에 뒤숭숭하지만 장기 금리와 단기 금리의 차이가 확 벌어져 있는 상황 등을 잘 활용하면 글로벌 채권 펀드에서도 아직 ‘먹을거리’는 남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다만 주식형 펀드와 마찬가지로 올해는 기대치를 좀 낮추라는 조언이다. 미래에셋 허준혁 해외채권운용팀장은 “지난해는 채권의 위험이 컸던 만큼 수익도 컸지만 이제 큰 위기는 마무리된 상황”이라며 “올해는 6~10% 정도의 연간 수익률을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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