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이용한 주가 작전 첫 고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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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지난 4~5월 증권정보 인터넷 사이트인 팍스넷의 유니텍전자 종목 게시판에는 '상한지옥' 이란 필명이 수없이 등장했다.

이 사람은 유니텍전자 한 종목에 대해 하루 평균 20여편의 글을 올렸다.

상한지옥은 "작전세력이 유니텍전자에 붙었다" 든가 '예상주가가 당시 시가의 몇 배가 된다' 는 글을 거의 매일 올렸다.

과연 유니텍전자는 4월 20일 1만2천원대에서 연일 상한가를 치며 5월 20일께 6만3천원대로 다섯배로 뛰었다.

"황제주.대박주가 터졌다" 는 그의 글은 더욱 잦아졌다.

5월 20일을 넘기면서 유니텍전자의 주가가 떨어지자 상한지옥은 "지금이 단기 저점인 만큼 매수 찬스" 라는 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그러던 그의 글은 5월 30일이 지나면서 갑자기 자취를 감췄다.

석달여 후인 6일 상한지옥이란 필명을 쓴 李모씨는 금융감독원에 의해 검찰에 고발됐다. 인터넷사이트를 이용해 허위정보를 퍼뜨린 혐의다.

금감원 조사 결과 李씨는 4월 중순 유니텍전자의 주가가 바닥일 때 주식을 매집한 뒤 4월 25일~5월 31일 사이 6백79회의 글을 팍스넷에 올리며 유니텍전자의 주가를 끌어올렸다.

이 기간 중 엉터리 매수.매도주문도 85차례나 내며 거래가 많은 것처럼 꾸몄다.

상한지옥이란 이름으로 5월 20일께 "단기저점" 이라며 유니텍전자의 매수를 추천하곤 자신의 보유주식을 내다 팔아 10억원의 시세차익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이날 李모씨와 함께 검찰에 고발된 국제정보통신 사장 金모씨는 6월 19~29일 사이 인터넷을 통해 9억9천만원의 주식을 공개 모집했다.

이 회사는 1997년부터 2년 연속 8천만원과 6천2백만원의 적자를 냈지만 공모 안내문에는 거꾸로 이 액수만큼 흑자를 낸 것으로 둔갑시켰다.

10억원 미만의 인터넷 공모 때는 금감원에 유가증권신고서를 내지 않아도 된다는 허점을 악용한 것.

더욱이 이 회사는 청약기간 중이던 6월 27일 부도를 냈지만 이를 알리지 않고 일반투자자 18명으로부터 1천6백50만원의 청약대금을 입금받았으며, 청약기간이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청약자 소유인 청약증거금 3천1백80만원을 인출해 거래처 납품대금으로 쓴 혐의도 받고 있다.

금융감독원 이춘원 조사1국장은 "지난 5월 인터넷 상시감시반을 가동한 이후 처음으로 두 건의 불공정거래 혐의를 포착했다" 며 "최근 인터넷을 통한 불공정거래와 불법 주식공모가 극성을 부리는 만큼 투자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고 당부했다.

정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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