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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산책] '보물섬' 변신 세갱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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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파리 시내를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굽이돌아 가로지르는 센강이 서쪽 위성도시 블로뉴 비앙쿠르와 맞닿는 곳에 초승달 모양의 세갱섬이 떠 있다.

이 섬은 63년 동안 프랑스를 대표해온 자동차회사 르노의 본거지였다. 하지만 1992년 르노가 공장을 이전한 뒤 섬은 폐허가 된 공장과 음침한 창고 잔해로 뒤덮인 버려진 땅이 돼버렸다.

이 섬이 곧 프랑스의 명물로 탈바꿈한다. 프렝탕 백화점으로 유명한 프랑스 최대 PPR그룹이 이 세갱 섬에 유럽 최대의 현대미술관을 세우기로 했기 때문이다.

섬 전체면적의 4분의 1에 이르는 30㎢의 부지에 앞으로 수년 내에 지어질 미술관에는 현대 미술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사 중 하나인 PPR그룹 피노 회장이 평생 수집한 걸작들이 전시된다.

몬드리안의 '마름모꼴 회화작품 2번' , 미로의 조각품 '서있는 사람' , 앤디 워홀의 '마오쩌둥 초상화' 등 수십억~수백억원대를 호가하는 거장들 작품이 그것이다.

프랑스 정부와 파리시는 지난 8년 동안 세갱섬 때문에 골치를 앓아왔다.

공장 건물을 수리해 다른 용도로 이용하자니 덩치가 너무 크고 여러 조각으로 쪼개 상업.주거용지로 분양하자니 교통 소통과 주거환경 등을 고려한 도시계획에 어긋나기 때문이었다.

고심하던 파리시는 결국 이 섬을 복합 문화공간으로 만들기로 결정, 장 티베리 파리 시장이 피노 회장을 꾸준히 설득한 끝에 결실을 얻어냈다.

미술관 운영을 맡을 피노 재단은 조만간 피노 미술관을 비롯한 세갱 섬 종합 재개발계획을 문화부에 제출할 예정이다.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에 버금가는 미술관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미술관 외에도 세갱섬에는 르노 박물관과 40㎢ 면적의 공원이 들어선다. 나머지 공간은 대학과 연구소들의 종합연구센터가 자리잡을 전망이다.

파리 서부에 있는 파리 9대학(도핀).10대학(낭테르)과 베르사유 생캉텡 대학 등이 세갱 섬에 연구동을 설치하기로 합의를 끝냈다.

쓰레기와 기름냄새에 찌들었던 볼썽사나운 무인도가 머잖아 걸작 미술품과 학문의 보고(寶庫)인 보물섬으로 탈바꿈할 것 같다. 프랑스인들은 그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이훈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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