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유공예가 신영옥씨 '심저의 율' 전시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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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섬유공예가 신영옥(51) 씨가 첫 개인전 20주년을 기념하는 전시회를 열고있다. 오는 28일까지 서울 신문로2가 성곡미술관에서 열리는 '심저(心底)의 율(律)' 전이다.

'태동의 바다' '고요의 바다' '심리풍경' '파란' 등 섬유를 이용한 공예.설치작품을 보여주고 있다.

'태동의 바다' 는 넘실거리는 먼 바다위에서 아침 해가 떠오르는 장면을 형상화했다. 실을 잇기 직전의 둥글게 뭉쳐놓은 모시굿 덩어리는 해를 상징하고 면사.마사.모사를 직조한 바탕은 바다를 뜻한다.

직조된 천은 붉은 해의 기운에 온통 물들어있다. 붉은 색은 짙고도 은은하고 둥근 형상은 매끄럽지 않고 부드러워서 한국적인 분위기를 짙게 내고있다.

'고요의 바다' 는 비슷한 기법으로 달이 뜬 푸른 바다를 보여주고 있다. 음과 양을 문자 그대로 청색과 홍색으로 형상화시켰다고 할 수 있다.

'심리풍경 Ⅰ' 은 한지와 처음으로 태모시를 이용한 설치작품. 태모시란 모시풀에서 벗겨낸 껍질로 실의 재료가 되는 섬유질을 뜻한다.

작가는 "부드러우면서도 질기고 온유하면서도 단단한 태모시의 성질에 매료됐다" 고 말하고 있다.

두 장의 한지 사이에 태모시를 끼워넣고 붙인 커다란 전지들이 전시장 한층을 모두 차지하면서 허공에 매달리고, 벽에 붙어 있다.

한지 사이에서 아래로 빠져나온 태모시 줄기들, 그리고 바람에 따라 흔들리는 한지는 한곳에 모두 담을 수 없는 마음의 자락들과 그 변화를 형상화하고 있다.

작가는 홍익대 공예과를 나와 한국공예가회상(1984년)대한민국 상공미전 상공부장관상(74.76년)등을 받았으며 주로 미국.캐나다.일본.독일 등 외국에서 전시활동을 했다. '한국의 자연미와 창의성이 잘 조화된 작품' 이라는 게 외국 비평가들의 평이다.

주로 모시와 면사.마사.모사.한지.고서 등을 이용해 동양적 음양오행사상을 작품으로 풀어냈다. 이번 전시에선 처음으로 태모시를 소재로 한 작품들을 선보였다.

고서 한권을 사용해 베틀에서 직조한 작품인 '지혜의 길' 도 오행의 세계가 엿보이는 작품이다. 737-7650.

조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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