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린 수정란으로 간세포 첫 배양 성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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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얼렸던 배아(胚芽)를 녹여 간(幹)세포를 배양하는 기술이 국내 의료진에 의해 처음으로 성공했다. 마리아산부인과 기초의학연구소 박세필 소장팀은 30일 냉동 보관한 지 5년이 지난 수정란을 녹여 50일 동안 간세포 상태로 배양하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지금까지 간세포 배양기술은 1998년 미국, 올해 호주와 싱가포르에서 성공했으나 이들은 모두 수정 후 5~6일밖에 안된 살아있는 배아를 대상으로 했으며 동결 배아를 이용한 방식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구진은 특수기법을 이용해 7차례까지 시험관 배지를 옮겨도 간세포 상태를 유지함으로써 간세포 대량생산의 기틀을 마련했으며 우리나라를 비롯해 세계 15개국에 특허를 출원했다고 밝혔다.

朴소장은 "동결 배아는 불임환자의 동의를 얻어 원래 폐기처분될 대상이므로 살아있는 배아를 조작한다는 윤리적 비판을 극복할 수 있다" 고 설명했다.

이 기술은 자신의 세포를 떼어내 간세포를 만들어내는 체세포 복제도 아니다. 현재 국내 불임치료병원엔 시험관아기 시술을 하고 남은 불임부부들의 동결 배아만 10만여개가 넘는 것으로 추정되며 이들 대부분은 3~4년 후 폐기된다.

서울대 수의대 황우석 교수는 "미 정부가 최근 밝힌 배아연구 지원지침에서도 살아있는 배아에 대한 인위적 조작은 금지된 반면 기한이 지나 폐기처분될 동결 배아를 대상으로한 연구는 허용하고 있다" 고 말했다.

간세포 배양이 중요한 이유는 현대의학의 최대과제인 장기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자와 난자가 만나 한개의 세포로 시작한 수정란은 14일 동안 세포분열을 거듭해 수백개의 세포로 이뤄진 배아를 거쳐 비로소 간.폐 등 특정 장기를 만드는 간세포로 분화한다. 간세포까지 길러내야 원하는 장기의 세포를 얻을 수 있다.

홍혜걸 기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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