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가전의 인도대륙 '융단폭격' 현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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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델리 인근 신흥공업도시인 노이다의 한 가전 매장에서 고객들이 LG전자 TV를 살펴보고 있다. 노이다(인도)=이현상 기자

인도 델리 인근의 신흥 공업 도시인 노이다에 위치한 LG전자 인도법인. 지난 1일 이 공장은 손님맞이 준비로 가벼운 흥분과 긴장에 휩싸였다. 인도를 국빈 방문하는 노무현 대통령이 구본무 LG 회장.김쌍수 LG전자 부회장 등 LG 경영진과 함께 이곳을 찾기로 했기 때문이다. 현지 주재원들은 "인도 가전시장을 석권한 회사의 위상이 재확인됐다"며 반겼다.

◆LG 앞에 고개 숙인 세계 브랜드=20평 정도의 가전 매장들이 몰려 있는 노이다 시내 오션플라자 상가. '케이디 오디오비전스'라는 이름의 가게는 LG 제품만 취급한다. 머리에 터번을 쓴 시크교도인 콜리 사장은 "LG의 인기가 워낙 좋아 다른 나라 제품은 모조리 빼버렸다"고 말했다. 인도의 가전 매장은 대개 여러 브랜드를 동시에 취급한다.

세계적 전자제품 시장 조사기관인 ORG-GFK는 올 1~8월 LG가 인도시장에서 컬러TV.냉장고.세탁기.전자레인지.에어컨 분야의 선두에 올라섰다고 분석했다. 그것도 오니다.고드리지 같은 현지 브랜드는 물론 월풀.일렉트로룩스 같은 세계적 브랜드를 멀찌감치 따돌렸다. 현지 언론은 LG가 인도 시장을 단숨에 장악한 것을 두고 '코리아의 융단 폭격'이라고 표현한다.

자연 공장의 일손이 바빠졌다. 현지 법인의 김인호 부장은 "성수기인 1~7월은 2교대로 24시간 풀 가동을 해도 물건을 대기 힘들다"고 말했다. 뭄바이 근처 푸네에 제2가전공장을 지은 것도 이 때문이다.

LG전자 인도법인의 지난해 매출은 9억달러. 우리나라 돈으로 1조원이 넘는다. 올해는 이보다 30% 이상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인도 진출 7년 만에 매출이 30배가량 늘었다. 또 초기 투자 이후 단 한번도 본사의 증자를 받지 않고 스스로 규모를 키워온 것도 인도법인이 내세우는 자랑거리 중 하나다.

◆발로 쓴 '성공신화'=LG전자 인도법인 창립 멤버였던 강호섭 부장은 "인도에 첫 발을 내디딜 때는 정말 막막했다"고 회상했다. 땅은 넓은데 도로 사정은 말이 아니었다. 결국 몸으로 부딪혔다. 그는 "트럭에 제품을 전시해 전국을 누볐다. 인도의 인기 가요를 개사한 로고 송을 틀고 심지어 주부들에게 요리도 가르치면서 인도인의 마음을 움직였다"고 덧붙였다. 현재 LG전자는 인도 전역에 46개 지점과 60여개 영업소를 두고 있다. 경쟁업체의 배에 가까운 영업망이다. 현지 입맛에 맞는 제품 차별화 전략도 주효했다. 인도인들이 좋아하는 스포츠인 크리켓을 전자오락으로 즐길 수 있게 한 TV, 문을 자물쇠로 관리할 수 있는 냉장고 등은 시장에 내놓자마자 불티나게 팔렸다.

◆현지인 중심의 경영=노이다 공장에는 영문 구호가 가득 붙어 있다. 'Meet the Market, Time to Market'(시장에 맞춰라), 'Lead the Market, Create the Market'(시장을 선도하고 창조하라). 인도인 종업원들에게 시장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격문이다.

여기서 일하는 종업원의 월급은 능력에 따라 달리 받는다. 기본급은 다른 기업과 비슷하지만 일만 잘하면 최고 1400%의 성과급을 받는다. 전명종 부장은 "인도의 노조는 입김이 센 편이지만 사원 복지 수준을 높이고 성과급을 나눠줘 우리 공장에는 노조가 없다"고 말했다.

이 공장 임직원은 거의 인도인이다. 2600명의 전 직원 중 한국 주재원은 17명뿐이다. 비제이 나라야난 브랜드 관리팀장은 "현지인에게 권한을 대폭 주기 때문에 LG전자는 인도 대졸자들이 가장 들어가고 싶어하는 직장 중 하나"라고 말했다.

뉴델리(인도)=이현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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