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이번엔 최대 방송탑에 화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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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쿠르스크호 잠수함 참사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인 27일 모스크바시 관광명소이자 지상 5백40m로 세계에서 둘째로 높은 오스탄키노 방송탑에서 불이 나 러시아의 모든 방송이 중단됐다.

또 화재 발생 당시 엘리베이터에 갇힌 시민과 소방대원 등 모두 4명이 숨졌다고 이타르-타스 통신이 보도했다.

러시아 소방당국은 28일 화재 발생 24시간여만에 불길이 잡혔으며 잔불 정리작업이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이번 화재가 러시아의 총체적 위기상황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푸틴 정권은 최근의 잇따른 사고로 민심이 흉흉해지면서 자칫하면 정권의 기반마저 흔들리게 되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최근 잇따르고 있는 사고는 1980년대 중반부터 산업 및 군사장비 유지.보수를 제대로 하지 못한 데다 산업계와 군부내 부주의와 훈련부족 등 기강이 문란해진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4월 24일엔 탄두가 장착되지 않은 미사일 한 기가 궤도를 벗어나 우크라이나 여객선을 공격하는 바람에 한 명이 부상했으며, 21일엔 카스피해 부근에서 발사된 미사일이 카자흐스탄의 한 마을에 떨어지기도 했다.

또 같은 날 우크라이나군이 발사한 미사일이 궤도를 이탈해 브로바리의 민간아파트를 덮쳐 3명이 숨지고 5명이 부상했다.

6월 16일엔 러시아 태평양함대가 위치한 코뉴슈코만(灣)에서 폐기용 대륙간 탄도탄 미사일을 옮기던 중 취급 부주의로 산화제가 누출됐으며, 7월 21일엔 공군 헬기 한대가 상트 페테르부르크 북쪽에 추락해 탑승자 19명 전원이 사망했다.

이밖에 지방행정청은 7월 25일 극동지방에 위치한 2천5백t의 미사일 연료 보관탱크가 노후화돼 유독성 가스를 누출할 위험성이 있다고 발표했다.

장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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