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발생한 포천 창수면에 가보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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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8년 만에 구제역이 발생한 경기도 포천시 창수면에는 긴장감이 맴돌았다. 8일 오후 4시 구제역 발생 지역인 추동3리 한 젖소농장과 1㎞ 떨어진 마을 입구 장승삼거리에는 통제소가 설치돼 있었다. ‘차량통제, 긴급가축방역’이라고 쓴 안내판이 세워져 있고, 소독약품인 생석회가 허옇게 도로에 뿌려져 있다.

경찰과 시청 공무원 6명이 농가로 향하는 차량과 외부인의 출입을 철저히 통제했다. 통제소는 발생 농가에서 반경 500m 안에도 2곳이 더 설치됐다. 구제역 발생이 확인된 뒤 서장원 포천시장을 본부장으로 하는 방역대책본부가 가동돼 가축 이동 제한 조치를 취했다. 소·돼지·염소처럼 굽이 두 개인 ‘우제류(偶蹄類)’ 동물이 대상이다.

현장통제본부는 이날 축사 주변을 중심으로 생석회 9t을 살포하며 방역 활동에 주력했다. 구제역 감염 가능성이 큰 살처분 농가의 축산 분뇨와 사료는 소각하거나 땅에 묻기로 했다.

포천시청 자치행정과 직원 장경선씨는 “가축이 실린 차량이 이동하는지를 우선 살피고 버스와 마을 공사장으로 가는 차량까지 통제하고 있다”며 “마을 주민이 아닌 경우 외부인들의 출입도 막고 있다”고 말했다.

반경 3㎞ 이내(위험지역) 4곳, 반경 10㎞ 이내(경계지역) 6곳 등 10곳에도 통제소가 설치됐다. 위험지역에는 72개 농가에서 2만9637마리, 경계지역에는 382개 농가 13만3245마리의 젖소나 돼지 등 우제류 가축이 사육되고 있다.

구제역 발생 농가와 700m 거리에 있어 사육 중인 젖소 60마리의 살처분을 면한 추동3리 김의중(56) 이장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가축 이동 제한이 해제되는 3주 정도는 구제역이 추가로 발생하는지를 철저하게 지켜봐야 한다”며 “축산농가가 많아 마을 분위기가 뒤숭숭하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경기도는 7일 밤부터 8일 오전까지 구제역이 발생한 농장과 인근 2개 농장에서 사육 중인 젖소·돼지 등 309마리를 모두 살처분했다. 경기도 김정한 경제농정국장은 “사람을 매개로 한 전파를 막기 위해 축산농가 간 접촉도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소·돼지고기 값 변동 없어=농림수산식품부는 수의사 등 3000여 명을 투입해 8일부터 1주일간 전국 농장에서 구제역 조사를 하고 있다. 아직까지 구제역 의심 증상이 추가로 신고된 것은 없다. 그러나 구제역은 바이러스에 감염된 뒤 증상이 나타나기까지 잠복기가 2~8일이어서 며칠 뒤 다른 농장에서 구제역에 걸린 가축이 나타날 수 있다고 보고 조사와 방역을 강화하고 있다.

구제역 소식에도 불구하고 쇠고기·돼지고기 시장은 거의 영향을 받지 않고 있다. 서울 가락동 축산물공판장에 따르면 구제역이 발견된 젖소(육우) 고기 도매가격은 소폭 하락했으나, 한우는 거의 변동이 없고, 돼지고기는 오히려 올랐다.

한편 7일 경기 포천에서 발견된 구제역 바이러스는 주로 동남아 지역에서 번지는 A형인 것으로 확인됐다.

포천=전익진 기자, 권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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