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外

중앙일보

입력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유네스코 세계 자연유산,유네스코 세계고대문명
마르코 카타네오 외 지음, 손수미 외 옮김
생각의나무, 각권 400여쪽, 각권 9만5000원

세상은 넓고 볼 것은 많다. 그래서 여행은 즐겁고 끝이 없다. 우리가 즐겨 찾는 곳이란 역사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곳, 자연의 조화에 넋을 빼앗길 수 있는 곳들이다. 이러한 곳을 우리는 한마디로 ‘문화유산’‘자연유산’이라 부른다.

45억살의 연륜과 5대양 6대륙으로 펼쳐진 지구, 그 위에 문명을 일궈온 인류. 어쩌면 오늘을 사는 우리에겐 지구상의 모든 것이 소중한 유산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우리에겐 이 유산을 지키고 가꿔야 할 인류적 의무가 지워진다. 뒤늦은 깨달음일지언정 인류는 1972년 유네스코를 통해 이 같은 유산에 대한 가치를 인정하고 의무이행을 결의했으니, 바로 ‘세계 문화유산 및 자연유산의 보호에 관한 협약’이다. 안타깝지만 여기에도 어쩔 수 없이 제한적 선택이 따를 수밖에 없어 ‘특별히 중요한 보편적 가치’를 지닌 유산에 대해서만 보호의 관점을 제한할 수밖에 없었다. 175개국이 비준한 이 협약은 현재 문화유산과 자연유산을 모두 포괄해 보존과 관련된 어느 조치보다 앞서는 국제적 법률장치로 작용하고 있다. 78년부터 대상을 선정해 지정하고 있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은 2004년 현재 134개국의 788건이 등록돼 있다.이 중 문화유산은 611건, 자연유산은 154건, 복합유산은 23건이다. 88년에 102번째로 협약에 가입한 우리나라는 종묘(95년),해인사 장경판전(95년), 불국사·석굴암(95년), 창덕궁(97년),수원 화성(97년),경주 역사지구(2000년),고창·화순·강화 고인돌 유적(2000년)이 등재돼 있다.

이번에 나온 ‘유네스코 세계유산’시리즈는 유네스코 협약으로 집약된 인류차원의 정신적 결정을 엮어낸 것이다. 전체 지정유산 가운데 300가지를 골라 ‘문화유산’‘자연유산’‘고대문명’의 세 가지로 나눠 각각 100 가지씩 묶어낸 이 시리즈는 그동안 유사한 국내 출판물들과는 격을 달리한다. 대형 판형의 이점을 살려 해당 유산마다 시원시원하면서도 성격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사진을 여러장씩 배치했고, 텍스트도 다이제스트 식으로 간결하지만 요소 요소를 짚어 일반인뿐 아니라 전문가에게도 자료로서 충분한 기능을 하게 만들었다. 물론 이 같은 장점은 이탈리아 화이트사의 원서에 힘입은 바 크다. 저자인 마르코 카타네오(41)와 자스미나 트리포니(38)는 여행전문가로 이탈리아 유명 잡지의 편집을 맡아온 감각을 십분 발휘한 느낌을 준다. 하지만 이 같은 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역시 근본적인 문제점은 내용 자체가 유럽 위주로 꾸며졌다는 점이다. 대륙별 안배를 했다고는 하나 문화유산편의 경우 100가지 가운데 57가지가 유럽 것일 정도다.

그것은 유네스코의 유산선정 자체가 안고 있는 문제점이기도 하다. 현재 지정된 세계문화유산의 절반 이상이 유럽에 속해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유네스코가 서양 위주로 운영돼 왔다손 치더라도 그건 결코 유쾌한 일은 아니다. 더구나 이 시리즈에서 일본의 경우 문화유산 3곳, 고대문명 2곳,자연유산 1곳이 실린 판에 한국은 통틀어 해인사 장경각 한 곳만 선택(?)됐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 독자들이 생각해볼 일이다.

이만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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