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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경제팀 릴레이 인터뷰] 7. 진 념 재정경제부장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9면

"목소리 크고 시끄러운 개혁은 실패한다. 분명한 원칙과 기준을 갖고 조용하게 개혁을 추진하겠다."

진념(陳稔)재정경제부 장관은 19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개혁의지가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일부의 지적에)동의할 수 없다" 며 강한 어조로 자신의 개혁관을 토로했다.

4시간여 인터뷰가 진행되는 동안 그는 '양보할 수 없는 원칙' 이란 의미의 말을 수차례 강조했다.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는 선을 설정, 일관성을 유지할 것이며 이같은 정책 의지를 시장에 충분히 알리겠다고 陳장관은 거듭 강조했다.

- 스스로를 시장주의자라고 했는데, 시장이 어떻게 힘을 발휘할지 궁금하다.

"시장의 힘이 커졌다. 시장을 외면하면 살아남을 수 없다. 정부도 공직자도 고객(국민)에게 봉사해야 한다. 그 고객에게 만족 내지 감동을 주지 못하면 (그런 정부나 공직자는)없어져야 한다."

- 앞으로의 경기 흐름을 어떻게 보나.

"내년 이후 경기가 급강하할 우려를 배제할 수 없다.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기초)' 이 좋다는 말만 하는 것은 중학생 수준의 접근이다.

거시지표가 아니라 이를 구성하는 실물경제의 하부구조가 오히려 더 중요한 펀더멘털이며, 이를 강화하는데 주력하겠다. 개혁 피로감과 집단 이기주의를 극복하는 게 관건이다."

- 실물 중에서도 건설부문이 심각하다는데.

"일반 건설업체의 일감은 1997년보다 35% 이상 줄었는데 건설회사 수는 40% 이상 늘었다. 구조적 문제다. 주택업체들도 준농림지 규제강화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 그래서 시장에는 건설경기 부양에 대한 기대감이 강하다.

"예전같이 세제나 자금지원을 이용한 부양은 하지 않을 방침이다. 인위적으로 수요를 늘리는 방식은 또 다른 부작용을 낳는다."

- 그렇다면 대안은 뭔가.

"건설업계의 구조조정을 한다는 생각으로 접근해야 한다. 시장원리에 의해 부실 건설사를 퇴출하고 건실한 업체만 남기는 방안을 마련 중이다. 공공투자에는 한계가 있다. 민자사업을 활성화하는 방안도 모색 중이다."

- 기업 구조개혁의 향후 추진 과제는.

"재계가 약속한 기업 구조개혁 5대 원칙(경영투명성 제고, 상호 지급보증 금지, 재무구조 개선, 주력.핵심 부문 역량 집중, 지배주주.경영진 책임강화)을 지킬 필요가 있다. 경제단체와 정부가 함께 참여하는 태스크포스(특별 팀)를 만들어 집중 점검하겠다. 경제 5단체장과 만나 이를 제안할 것이다."

- 공기업 민영화가 부진하다는 지적에 대해선.

"포철을 민영화하지 않아 개혁의지가 없다는 얘기를 들었다. 하지만 해외 DR(주식예탁증서)발행가가 국내 주식시세보다 10%나 싼 상태라 어쩔 수 없었다. 만일 그 때 팔았다면 국부를 헐값에 해외 유출시킨다는 비난을 들었을 것이다."

- 공적자금 추가조성은 언제쯤 하나.

"다음달 초 공적자금 백서를 발간하고 이르면 9~10월쯤 공적자금 추가조성 규모 등 구체적인 내용을 결정할 것이다. 공적자금을 최대한 회수할 수 있도록 예금보험공사에 부실 금융기관과 함께 관련 기업도 조사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내용으로 입법화하겠다."

- 예금부분보장제의 연기론과 보장 상한선 확대론에 대해선.

"분명한 것은 절대 연기는 없다는 점이다."

- 현대 자구계획안을 '대단한 결심' 이라고 높이 평가했지만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나오고 있는데.

"채권행단이 책임지고 판단할 것이다. 정부가 관여할 문제는 아니다. 현대건설을 은행관리 체제로 넘겨야 한다는 일부의 주장은 현 정부의 정책방향을 제대로 알지 못한 탓이다.

현 정부의 부실기업 처리방식은 공정한 손실분담의 원칙하에 투명하고 공개적인 절차를 거쳐 인수자를 선정하거나 새로운 경영진을 영입해 기업의 회생을 꾀하고 있다."

- 새 경제팀을 두고 금융이 약하다는 지적도 있다.

"금융은 실물을 뒷받침하는 것이다. 금융과 실물을 균형있게 봐야 하며, 경제팀장은 전체를 보는 것이 중요하다. 과거의 경험에서 얻는 교훈은 사람을 중시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가령 자금시장 문제도 사람의 투자심리와 직결되는 것 아닌가. 물가도 마찬가지다."

- 개혁의지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우려에 대해선.

"그 표현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개혁이란 두들겨 패는 것이 아니다. 시스템을 바꾸는 개혁으로 돌아서겠다. 그리고 원칙을 지키겠다."

김정수 수석 전문위원, 서경호 기자 사진〓오종택 기자

<인터뷰 순서>

①신국환 산업자원부장관

②이남기 공정거래위원장

③이근영 금융감독위원장

④전윤철 기획예산처장관

⑤한갑수 농림부장관

⑥노무현 해양수산부장관

⑦진 념 재정경제부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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