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2010 반상 ‘세대교체 돌풍’ 예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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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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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한국과 중국 양쪽의 바둑판은 ‘떠오르는 해’의 강력한 도전으로 시작됐다. 한국에선 이창호 9단 대 박정환 4단의 원익배 10단전 결승이 7∼10일 3번기로 열린다. 1993년생인 박정환은 세밑 바둑계에 무서운 돌풍을 몰고 온 미래의 히어로다. 중국에선 구리 9단 대 구링이 5단의 명인전 결승이 7일 끝났다. 구리가 3대1로 이겼지만 91년생 구링이에게 진땀을 빼야 했다. 과연 2010년 바둑판의 기상도는 어떤 양상을 보일까. 세계 바둑의 패권을 놓고 거세게 부딪칠 한·중 양국의 핵심 전력을 분석해 본다.

◆이창호와 창하오=이창호는 89년 첫 우승을 거머쥔 이후 20년간 한국 바둑의 수호신이었다. 그는 지금 한국 랭킹 1위이고 8일 결정되는 2009바둑대상 MVP의 가장 유력한 후보다. 비록 이세돌 9단의 돌연한 휴직이 작용한 것이긴 해도 그는 이세돌의 부재 동안 중국의 공세에 맞서 한국 바둑을 힘들게 지켜냈다. 이창호는 이제 만 35세다. 그가 다시 한번 세계 정상에 선다면 그건 수많은 기적으로 점철된 이창호의 바둑 인생에 추가될 또 하나의 기적이 될 것이다. 이창호와 함께 중국의 창하오 9단은 한·중 양국의 유일한 30대 강자다.

◆이세돌 VS 구리=6개월의 휴직 끝에 돌아온 이세돌 9단은 깊은 감회와 책임감에 싸여 있다. 그의 기질상 한국은 물론 중국마저 초토화시키지 않고는 결코 만족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공백의 후유증은 결코 작지 않아 보인다. 비금도 천재 소년 이세돌도 어느덧 만 27세. 시간이 많지 않지만 바쁠수록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는 것이 첩경이다. 83년생 동갑인 중국 랭킹 1위 구리와 최근 급성장한 쿵제 9단(28세)이 그의 최대 적수다.

◆박영훈·최철한 VS 류싱·박문요=박영훈 9단과 최철한 9단은 8부 능선의 고수들이다. 때로는 정상을 정복하지만 대개는 정상을 앞에 둔 채 공격과 실패를 반복한다. 이들에 필적하는 중국 기사들은 많다. 류싱·박문요·후야오위·추쥔·왕시·셰허 등 줄줄이 있다. 급을 따진다면 박영훈·최철한 쪽이 반 체급 위다. 하지만 이들은 어느덧 뒤를 추격하는 더 많은 세력에 둘러싸이고 있다.

◆준비된 89년생, 강동윤·김지석-천야오예-이야마 유타=이들 89년생은 조만간 세계 바둑을 한번 휘어잡을 것이다. 강동윤 9단은 지난해 후지쓰배 우승 이후 침체했지만 잠재력은 무한하다. 2009년의 스타 김지석 6단은 연말에 당한 패배의 상처를 빨리 잊는 게 관건이다. 동시에 세계 무대에 약한 징크스를 올해 반드시 깨야 한다. 천야오예 9단은 세계대회 준우승 2회로 증명된 강자다. 이야마 유타는 지난해 일본 사상 최연소 명인에 올라 끝도 모를 침체에 빠진 일본 바둑에 유일한 희망으로 떠올랐다. 이들 중 누가 먼저 정상으로 비상하느냐. 2010년의 볼거리다.

◆무서운 10대의 선두, 박정환=93년생 박정환 4단은 최고 스타 김지석을 연파하고 천원전 우승컵을 따냈고 10단전 결승에도 올랐다. 앞만 보고 달리던 김지석이 돌연 뒤를 추격하는 더 어린 신예에게 덜미를 잡힐 줄은 꿈에도 몰랐을 것이다. 박정환은 어디까지 도약할 수 있을까. 89년생 강자들을 단숨에 뛰어넘을 수 있을까. 중국엔 91년생 트리오인 구링이-저우루이양-스위에가 있다. 구리와도 막상막하의 접전을 펼치는 강자들이다. 이들과 맞설 박정환의 빠른 성장이 위기의 한국 바둑에 희망을 주고 있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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