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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좋은 파트너, 대한민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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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2010년에는 유난히 많은 국제행사가 열린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비롯해 정부·지자체·연구기관·언론사들이 주최하는 국제 포럼이 줄줄이 예정돼 있다. 해외 글로벌 회의도 많아 자칫 ‘행사 천국의 한 해’가 될 전망이다. 이런 행사들을 치르면서 2010년 우리가 얻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 아마도 우리 국민이 좀 더 성숙해지는 계기가 되고, 국제사회에서 더욱 인정받게 되기를 많은 국민이 원할 것이다. 그렇다면 2010년의 목표와 계획이 필요하다.

세계는 어느 때보다도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해 건강한 협력 모델을 필요로 하고 있다. 때마침 G20 중 유일하게 개도국 경험이 있는 대한민국이 이루어낸 성과에도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한국의 선진국과 개도국 간 가교 역할에 대한 기대가 클뿐더러 우리 스스로도 미국·일본·중국 사이에서 성장할 구체적인 길을 찾아야 할 때다. 그런 차원에서 2010년의 목표는 국내외적으로 좋은 파트너가 되기 위해 힘차게 달리는 한국의 모습을 그리면서 ‘2010 좋은 파트너, 대한민국!’이라고 정하면 어떨까.

이런 목표 아래 다가올 국제행사에서 몇 가지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글로벌 미니멈(Global Minimum)을 지킨다면 분명 대한민국 국가 브랜드는 한 단계 이상 올라갈 것이라 확신한다.

첫째, 지구촌의 다양한 생각과 주장에 관심을 갖자. 국제 행사가 성공적으로 개최되었다는 평가를 받기 위해서는 한국의 시각이 아닌 국제적인 시각에서 목표와 주제가 설정되고, 실질적인 결과가 나와야 한다. 즉 국제사회가 당면한 문제를 파악하고, 문제 해결을 위한 여러 방안이 제시되는 가운데 자연스럽게 한국 특유의 가치와 해결책이 소개돼야만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다. 여기에는 언론의 노력이 대단히 중요하다.

예를 들어 지난달 코펜하겐 기후변화회의는 가디언지와 국제적으로 가장 영향력 있는 정치 블로그 뉴스인 허핑턴 포스트가 이슈를 활발히 끌어갔다.

둘째, 손님의 만족이 우선인 행사가 되도록 하자. 국제 행사에서 종종 미간을 찌푸리게 하는 장면이 있다. 외국 손님을 앉혀 놓고 한국어로 진행하거나 지나치게 정부나 지자체 관료들의 의전에만 신경 쓰는 경우, 참석자 간의 수준 있는 참여나 토론의 기회가 무시되고, 2회·3회 거듭되어도 매번 처음 하는 행사처럼 내용의 연속성이 없는 경우 등이다. 이런 현상은 국제행사를 추진하는 팀 안에 명확히 공유된 목표 의식이 부족하기 때문에 나타난다. 집에 손님을 초대할 때 가족들이 그 손님을 왜 초대했는지, 손님이 만족하기 위해서는 손님이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를 미리 알아보고, 정성스레 손님부터 서빙하는 게 기본이 아닌가. 글로벌 스탠더드를 이야기하기 전에 글로벌 미니멈을 철저히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셋째, 좋은 파트너의 사례 스토리를 찾자. 국제행사의 또 하나 중요한 성패는 글로벌 미디어에서 어떻게 커버하느냐에 달려 있다. 어떤 미디어에 어떤 메시지들로 채워지면 좋을지를 행사 기획 단계부터 준비해야 한다. 국제 사회가 갖고 있는 관심사에 맞춰 좋은 파트너로서 한국의 고유 가치, 열정, 도전과 혁신 사례를 많이 발굴해 놓아야 한다. 한국이 좋은 파트너가 되기를 원하고, 이를 위해 특유의 열정으로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꾸준히 일관되게 알려야 한다. 관광 브랜드가 ‘Korea’ ‘Sparkling’ 어느 것이 더 맞다 틀리다 논쟁하면서 새로운 브랜드만 계속 만드는 것보다는 지속적인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스토리 발굴과 확산에 주력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다.

넷째, 국가 브랜드는 모든 국민이 지켜야 할 약속이다. 국제행사를 성공적으로 개최했다고 해서 자동적으로 국가 브랜드가 올라가지는 않는다. 국가 브랜드는 모든 국민이 지켜야 할 약속이기 때문이다. 우리 국민조차 관심 갖지 않는 행사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행사의 취지를 공유하고, 참여를 위한 소통이 우선돼야 한다.

온 국민의 관심과 철저한 준비, 손님을 배려하는 기획이 마련된다면 ‘행사 천국 2010’이 아니라 ‘대한민국을 국제사회에서 좋은 파트너로 자리매김하게 해주는 2010’이 될 것이다.

박영숙 플레시먼힐러드 코리아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