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는 한국이 맞이하는 또 한번의 도전이자 기회다. 올림픽과 월드컵이 그랬던 것처럼 국력도, 국격도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다. 그러나 쉽지 않은 과제다. 수퍼파워 미국과 중국을 조율하고, 서방 주도의 국제통화기금(IMF)을 개편해야 한다.
G20 정상회의의 효과에 대해선 “돈으로 환산할 수는 없지만, 국격이 높아져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1%만 줄여줘도 약 40억 달러의 수출 증대 효과가 나지 않느냐”고 답했다.
또 “서울회의에서 지구촌 모두가 공감하는 생산적 합의물을 이끌어내면 한국의 브랜드 가치가 크게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뷰는 지난해 12월 30일 서울 삼청동의 위원장 집무실에서 이뤄졌다.
-G20 정상회의 유치 이후 한국에 대한 해외의 시각은.
“밖에서 보면 우리나라가 상당히 돋보인다. 금융위기 와중에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인 유럽·인도와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빨리 회복하고 있다. 며칠 전엔 원자력 발전소까지 수주했다. 자만해서는 안 되지만 자부심을 느낄 만하다. 정치권이 잘 해주고 노사관계만 잘 되면 앞으로 펄펄 날 일만 남았다. 예전엔 단점이었던 우리 국민성이 장점이 되는 시대가 됐다. ‘빨리빨리’ 문화 탓에 실수도 많지만 바로바로 고칠 수 있다. ‘빨리빨리’가 경쟁력이 됐다. G20 유치는 우리 국민들이 키운 국력이 뒷받침되지 않았으면 힘들었다.”
-11월 서울 정상회의에서 내놓을 ‘코리아 이니셔티브’로 어떤 것을 준비 중인가.
지난해 12월 31일 G20 정상회의 준비위원장 집무실에서 인터뷰 하는 사공일 위원장.
-서울 정상회의가 성공하려면.
“첫째, 내용이 중요하다. 의제를 잘 설정하고 합의를 도출해내야 한다. 행사 자체를 잘 치르는 것도 중요하다. 20개국 정상과 국제금융기구의 수장 등 정상급 인사가 35명 안팎, 정책 담당자 3500명, 경호원 4000명, 취재진 3000여 명 등 1만 명 이상이 온다. 이들이 한국에 대해 좋은 이미지를 지니려면 회의진행은 물론 의전·숙박·교통 편의성 등이 완벽하게 준비돼야 한다.”
-경회루에서 정상 만찬을 연다는 얘기가 나오는데.
“G20 정상회의는 철저하게 일하는 회의다. 앞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 각국 정상들은 세 끼 식사도 회의하면서 했다. 경회루 만찬 같은 것은 현실적으로 어울리지 않는다.”
-G20 사무국을 유치하는 방안은.
“G20에 포함되지 않는 국가들을 중심으로 G20에 대한 거부반응이 있다. 게다가 많은 나라들이 새로운 관료 시스템을 만드는 것을 싫어한다. 아직은 힘들 것 같다. 전 단계로 사이버 사무국을 생각해볼 수 있다.”
-‘G20 이후’ 한국을 걱정하는 이들이 많은데.
“시골 없는 집에서 잔치를 한다고 하자. 없는 살림이지만 깨끗하게 청소하고 자녀에게 예의범절을 가르친다. 그래서 잔치가 끝나면 그 집이 한 단계 나아진다. 우리 사회도 G20을 우리 사회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는 계기로 삼을 수 있다. 정치·사회·문화를 선진화하고 법질서를 제대로 세우자. 시민단체들이 많은 역할을 해주면 좋겠다.”
◆특별취재팀=이상렬·권혁주·서경호·최현철·손해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