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예감] 분출하는 젊은 끼의 전시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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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네 명의 천둥벌거숭이들이 재활용밴드를 만들어 오디션을 통해 스타로 발돋움한다는 천계영의 만화 '오디션'.

요즘 아이들이 이 만화에 열광하는 것은 주인공들의 독특한 캘릭터 때문일까. 그보단 그들이 마음속에 묻어둔 욕구, 스타가 되고 싶은 갈망을 대신해주고 있어서는 아닐까. 오늘 8개 영화사들이 국내 처음으로 펼치는 연합오디션은 이런 갈망의 분출구다.

#1 초등학생도 부모 손잡고 도전

스타가 대중의 우상으로 우뚝서고 딴따라가 더 이상 집안 결딴낼 직업으로 분류되지 않는 이 시대에 오디션은 신세대들의 축제다.

드라마.영화에 폼나게 나오고 못 내보여 안달이 난 끼도 보여주고, 잘하면 팬도 구름처럼 몰고 다닐 수 있는데다 엄청난 돈까지. 이런 꿈이 현실로 다가오는 마당에 오디션의 틈새가 아무리 좁더라도 물러설 일이 아니다.

첫 눈에 봐도 훤칠한 키에 이목구비 뚜렷한 외모의 연기자 지망생 김준영(18.고3)양."공부못해서 연기자 되려는 것 아니죠. 이거 아니면 아니다 싶어서 부모님 설득했고 이젠 적극적으로 도와주시죠"라고 말한다.

오디션 40여차례 경력에 '찬챙이 모델로도 10여차례선 일이 있다는 박현규(19.대학 휴학생)씨.

"모델 일을 하면 자심감이 생겨요. 그게 제 끼인가 봐요. 아직 대박은 터지지 않고 있지만 열심히 하면 되지 않겠어요."

이들은 아직 시간이 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인기스타 장혁의 '뜨기' 전 오디션 경험이 1백번을 넘는다는 사실을. 젊은 시절의 좌절은 신경쓸 게 못된다는 것을 그들은 알고 있다.

오디션이 10대들만의 전유물은 아니다. 캐나다에 살면서 성악을 공부했고 현재 대학원에서 연기를 전공하는 박나현(25)씨. 여름 방학을 맞아 한국을 찾아 이곳 저곳 오디션에 임할 작정이다.

"연기자는 평생직업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한번에 캐스팅되는 것은 바라지 않아요. 내 역에 맞는 일이 어딘가는 있을 거라 믿고 도전해 볼 생각이죠"

사이더스 음반사업부문의 한 캐스팅 디렉터는 "20대 중반이 넘은 친구들이 막춤 수준으로 인기그룹 god 흉내를 내는가 하면 어머니가 초등학생 아이의 손을 잡고 와 오디션을 봐달라는 경우도 많다"며 "오디션을 향한 젊은이들의 손짓은 열정 그 자체"라고 말한다.

#2. 덧니 뽑고 발탓된 명세빈

오디션 장에서 어떻게든 자신의 끼를 한껏 보여줘야 한다. 튀어 보려고 랩이나 노래는 기본. 뒹굴고 일부러 자빠지는 전통적 방법도 마다 하지 않는다. 요즘 오디션에선 시중에서 유행하는 성대묘사나 김응룡감독. 오지명등 유명 연예인 흉내내기가 인기다.

하지만 이는 웬만큼 잘 하지 않으면 마이너스 요소. 영화 '해변으로 가다'에서 주인공으로 발탁된 김현정은 의외의 행동으로 캐스팅된 경우다.

일단 옷차림이 청바지에 스웨터 차림으로 수수했고 잠시 인사차 들렀던 감독 방에서는 접시 위에다 먹고 있던 사탕을 뱉어냈다. 참 당돌하다 싶어 그 자리에서 캐스팅됐다.

하기 지금의 톱스타 명세빈도 영화 '남자의 향기'주연 오디션에서 "배역에서 덧니가 잘 어울리 지 않는다"는말에 바로 덧니를 뽑고 다음 오디션장에 나타났었다. 당시 동감에서 열연한 김하늘이 강력한 경쟁자로 떠올랐다으나, 명세빈은 이를 뽑는 '투혼'으로 주연을 따냈다.

#3 신풍속도 인터넷 캐스팅

최근 영화계를 중심으로 오디션 트랜드도 차츰 변하고 있다.인터넷 캐스팅이 등장하고, 영화사들이 연합해 치르는 공동 오디션도 등장했다.

이스트필름.눈엔터데인먼트.청년필름 등 8개 영화사는 국내 처음으로 서울 역삼동 액터스21 아카데미에서 대규모 연합 오디션을 갖는다. 지난 13일 서류 마감 결과 지망자는 1천3백여명. 오늘(19일)부터 3일간 공개 오디션을 갖고 8개 작품의 주.조연을 캐스팅한다.

박중훈.송윤아 주연의 '불후의 명작'은 인터넷으로 조연을 캐스팅한 경우.인터넷 캐스팅 전문 방송인 캐스트넷(http://www.castnet.co.kr)에 1천여명의 지원자 중 10명의 후보를 네티즌 5천여명이 투표를 실시해 두 명의 남녀 조연을 뽑았다.

실제 인터넷을 통한 연기자들의 등용이 활발해진 요즘 캐스트넷은 회원이 5천여명이 달할 정도로 인기.

이밖에 인터넷에는 오디션과 관련된 사이트가 액터스21(http://www.actors21.com)등 20여곳이 넘는다.

하지만, 영화계.가요계에서는 아직도 인물이 부족하다는 말을 한다. 그런 만큼 어딘가에 숨었을 스타에 대한 목마름은 크다.

스타를 지망하는 그들은 그게 바로 나라고 믿고 싶어한다. 수요와 공급이 이러한 터에 오디션은 언제고 끝나지 않을 이벤트로 남아 있을 것이다.

신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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