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과학관서 로봇 200점 선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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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슛-슛 골인!" "달려. 더 빨리 빨리…."

'인간과 함께하는 로봇전시회' 가 13일부터 열리고 있는 서울 창경궁 옆 서울과학관 4층. 3백여평의 전시장을 꽉 메운 초등생을 비롯한 청소년과 대학생.일반인들은 누구랄 것 없이 로봇들의 움직임 앞에선 한마음이 됐다.

축구 로봇이 슛을 하면 환호를 지르고, 미로찾기에서 장애물에 걸리거나 길을 못찾으면 자신이 미로에서 헤매는 듯 가슴을 졸였다.

커피를 타주는 로봇, 검은 줄만 따라 쉼 없이 달리는 로봇 등 2백여개의 크고 작은 로봇이 선보인 전시장 곳곳은 관람객들의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가득하다.

이처럼 대규모로 우리 로봇들이 한자리에 모인 것은 사실상 처음. 그래서인지 이번 전시회에 로봇 애호가들의 관심도 남다르다.

첨단 정보통신기술(IT)과 기계기술의 접목이 이뤄지는 접점을 피부로 느끼고, 시중에서 보기 어려운 다양한 기능과 모양의 완성품.부품을 한눈에 볼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 때문이다.

전시회는 ㈜마이크로로보트 주최로 로보블럭시스템.디자인 드림.토이세븐 등 로봇을 개발하거나 수입하는 10여개 업체와 하이텔 마이크로마우스 동아리, 한국과학기술원(KAIST).충청대 등의 로봇 애호가들이 참가했다.

오는 31일까지 계속되며, 과학관 입장료 외에 별도 관람료는 없다.

마이크로로보트 김경근 사장은 "장난감과 전문가용 로봇을 한데 모았다" 며 "로봇의 역사와 기능.원리를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 라고 말했다.

어린이들에게 인기를 끌었던 로봇완구인 썬가드.스카이호크.발칸구슬병기.K-캅스 등을 비롯해 인공지능을 갖춘 애호가용인 마이크로 마우스, 축구로봇, 줄따라가기 로봇.탱크로봇.로봇팔.거미로봇 등이 출품됐다.

완구로봇은 완구에 로봇 기술이 어떻게 이용되는 지를 알려주기 위해 30여점을 전시했고, 나머지 대부분은 인공지능을 갖췄다.

주로 컴퓨터 프로그램이 가능한 8비트 내지 16비트 중앙처리장치(CPU)를 로봇 두뇌로 사용하는 것들이다.

인공지능 로봇들은 전자회로와 모터 등 속이 그대로 다 보이는 '알몸' 상태다. 언뜻 보면 만들다 만 로봇들인 것만 같다.

국내 로봇들은 대부분 다품종 소량으로 생산되는 까닭에 로봇 껍데기를 씌우려면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 로봇들이 저마다 우수운 꼴인 이유다.

그러나 모두 달리거나 돌고, 물건을 집어 던지는 등 제기능을 다한다. 컴퓨터 프로그램이 잘된 미로찾기 로봇의 경우 5곳의 장애물이 있는 미로판(3×3m)을 단 11초 정도에 통과하며, 거미 로봇은 1.5kg의 짐을 등에 지고 1m를 2~3초에 내달린다.

관람객들은 껍데기가 없는 덕에 로봇 다리가 어떤 부품의 작동으로 앞으로, 옆으로, 뒤로 움직이는지를 속속들이 관찰할 수 있어 더욱 흥미를 느끼는 듯하다.

로봇 조립을 즐겨한다는 관람객 김동건(단국대 2년)씨는 "여러 로봇을 본 것은 물론 로봇 동작을 새롭게 하는 프로그램 기법을 배워 관람 온 보람이 있다" 고 말했다.

전시장엔 설치 미술가 최우람씨가 로봇기능을 미술에 접목한 작품인 '마녀 사냥' '민들레' '메비우스 신드롬' 등 세 점을 설치해 관람객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세 작품 모두 사람이나 물체가 접근하면 적외선 센서가 감지, 각기 독특한 동작을 한다.

마녀사냥은 위성 안테나 형상이 우산처럼 펴졌다 접혔다 하며, 메비우스 신드롬은 6개의 다리가 역시 접혔다 펴졌다 한다. 미리 반도체 칩에 일정한 동작을 하도록 프로그램을 해놨기 때문이다.

디자인 드림사가 출품한 수륙양용 쓰레기 청소 로봇도 볼만하다. 홍수 뒤에 댐 등에 떠내려온 쓰레기를 수거하는 데 요긴한 로봇이다.

로봇의 기능을 설명하는 애니메이션을 상영하고 있다. 18~19일 이틀간은 40여명의 로봇 매니아가 출전하는 마이크로마우스 대회가 이곳에서 열린다. 출전하는 로봇은 모두 개인들이 직접 만든 것들이다.

얼마나 빠르고 정확하게 미로를 찾아 목적지에 도착하는가를 겨루는 대회다. 초.중학생을 대상으로 한 로봇제작 교육도 매일 세차례씩 있다. 재료비는 1만5천원.

주최측은 "내년부터는 이 전시회를 우리나라 로봇업체.교육기관.애호가들이 모두 참가하는 대규모 로봇축제로 발전시켜 나갈 계획" 이라고 말했다.

박방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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