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상] 귀화 스타 올림픽 희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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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국적을 바꾼 육상 스타들의 희비가 교차하고 있다.

중국 육상에 첫번째 금메달을 선사한 뒤 미국으로 귀화한 첸 위에링(27)은 11일(한국시간) 모처럼 웃음꽃을 피웠다.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에서 첫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여자 10㎞경보에서 44분32초의 기록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첸이 우여곡절 끝에 미국 국적으로 시드니올림픽 여자 20㎞경보에 출전할 수 있는 자격을 따낸 것이다.

영어공부를 위해 미국에 건너왔다가 올 4월 시민권을 취득한 첸은 지난달 미국대표 선발전에 출전, 1시간33분40초의 기록으로 2위에 오르며 8년 만에 올림픽 출전권을 따내는 듯했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중국이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표명하고 나섰다.

과도한 선수 스카우트를 막기 위해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정해놓은 '새 국적을 취득한 날로부터 3년이 지나지 않는 한 해당 국가의 동의를 얻어야 올림픽에 참가할 수 있다' 는 출전자격 조항에 걸린 첸은 중국의 동의가 반드시 필요했다.

미국의 끈질긴 설득 끝에 중국의 동의로 시드니에 입성할 수 있게 됐다.

이에 반해 지난해 세비야에서 벌어진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여자 멀리뛰기를 제패한 니우르카 몬탈보(31.스페인)는 울상이다.

쿠바 태생으로 지난해 5월 스페인 남자와 결혼, 스페인 국적을 취득한 몬탈보는 쿠바의 동의를 얻지 못해 올림픽 출전 자체가 사실상 물건너갔다.

유력한 금메달감의 출전이 어려워지자 다급해진 스페인 육상경기연맹(RFEA)은 이날 "쿠바가 고집을 꺾지 않을 경우 스페인 내에서 활동 중인 쿠바 국적의 코치와 선수들의 일자리를 모두 빼앗겠다" 며 으름장을 놓아봤지만 쿠바의 반응은 여전히 부정적이다.

심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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