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영화포스터 사진작가 강영호씨 인터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2면

포스터 사진작가 강영호(30)씨의 작업은 거의 공연이다. 야외 촬영장일지라도 꼭 감미로운 음악을 틀어 놓는다.

주로 모델에 감정을 이입시키기 위해 자신이 직접 만든 촬영용 음악이다. 촬영에 들어가면 모델의 포즈보다 더 볼 만한 것이 강씨의 움직임이다.

바닥에 엎드렸다, 한 손을 치켜들었다 하는 '율동' 은 배우의 혼을 빼놓기 십상이다. 그러면서 쉬지 않고 모델을 향해 질러대는 함성은 압권이다.

한 장의 사진을 포착하기 위해 뒹굴기를 마다 않으면서 '아-아-' '오오오오오-' 라고 외치는 '울음' 을 듣고 나면 모델은 이미 강씨의 텔레파시에 젖고 만다.

"사진을 찍을 때 저도 연기를 한다고 생각해요. '아마 제가 빠져드니까 대상도 빠져드는 게 아닌가 싶어요. ' 영화 사진은 표정이 중요한 만큼 저도 감독처럼 연출을 한다는 마음도 가지면서요."

이정재.심은하가 나란히 포즈를 취한 영화 '인터뷰' 의 포스터 사진으로 충무로의 시선을 끈 강씨. 그는 최근 전지현의 '시월애' , 박중훈의 '불후의 명작' , 이영애의 '선물' , 이미연의 '물고기 자리' 등 올 가을 개봉할 한국 멜로 영화를 독식하다시피 하며 포스터 사진계의 무서운 아이로 등장했다.

요즘 각광받고 있는 영화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의 인상적인 포스터 역시 그의 작품이다.

이만한 활동이면 그를 꽤 경력을 갖춘 사진작가라고 여기는 데 별 의심할 여지가 없다. 그러나 그의 사진 경력은 고작 2년에 지나지 않는다.

홍익대 불문과 출신으로 대학원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했으니까 사진과는 인연이 멀었으며 카메라를 손에 쥔 것도 1995년이 처음이었다.

어머니가 선물로 사준 니콘 카메라로 혼자 이런 저런 사진을 찍었다. 그러다 98년 7월 'NIX(닉스)신인작가' 선발대회에서 입상해 정식 데뷔했다.

이후 우연한 기회에 '닥터K' '건축무한 육면각체의 비밀' 등 영화 포스터 사진을 찍게 됐고 올 4월 개봉한 '인터뷰' 로 '대박' 을 터뜨렸다.

"사진은 빛이라느니 리얼리티라느니 말하는데 아직 저는 그걸 이해 못해요. 그냥 포스터 촬영은 연기라고 생각할 뿐이죠. 요즘 갑자기 사진 의뢰가 쇄도해 솔직히 당황스러워요. "

지난해 홍대 앞에 스튜디오를 냈고, 몇 달 전에야 제대로된 장비를 갖춘 그는 "갑자기 의뢰가 밀려 당황스럽고 더 잘해야 한다는 부담도 크다" 고 말했다.

신용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