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시장 개척 국내기업 '담금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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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원전수주로 중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일찌감치 중동시장 개척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기업이 있어 주목된다. 이들 기업은 원전 수주가 있기 전부터 적극적으로 이 지역에 시장을 개척해 국가브랜드 인지도 향상 및 수출 확대 등의 성과를 이뤄나가고 있다.

온라인 게임업체 그라비티는 중동 지역에서 게임한류의 선봉장으로 나서고 있다. 최근 두바이의 게임 퍼블리싱업체 타하디 게임즈와 파트너를 맺고 UAE를 비롯해 요르단과 쿠웨이트, 시리아, 바레인부터 이란, 이집트, 알제리, 모로코, 튀니지까지 총 19개국에서 상용화를 실시했다. 이를 통해 이 회사는 주력게임인 '라그나로크'의 현지 회원수를 이미 10만여명 확보했다.

이집트 카이로에서만 1000여개 이상 인터넷 카페와 계약을 맺기도 했다. 회사 측은 "이 지역에 MMO 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장르가 정착되지 않았지만 귀여운 캐릭터, 쉬운 조작법, 다양한 커뮤니티 시스템 등 게임 자체의 경쟁력으로 시장을 뚫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의 이같은 성과에는 남다른 노력이 있었다. 아랍어 서비스를 위해 중동어 표준코드를 사용한 로컬라이징(국제화·지역화)과 아랍문화를 반영한 컬처라이징에 주력한 것. 한국어·일본어·영어 등 대부분의 언어와는 달리 아랍어는 오른쪽 정렬이라 수많은 테스트와 가상 작업이 필요한 데 이를 일일이 실시했다. 노출이 많은 여자 캐릭터나 십자가가 들어간 프리스트 계열 캐릭터 등은 수정·보완하면서 철저히 현지화로 승부한 것이 주효했다.

기능성 신발업체인 RYN코리아 역시 지난해 초 UAE 국왕 소유의 알파제르그룹과 기능성 신발 18만켤레(100억원 상당)를 공급키로 하는 협약을 체결, 현지 시장 개척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는 이 회사 연 매출액의 25%에 달하는 규모다. 회사 측은 9만명에 이르는 두바이 공무원의 공식 지정화로 채택됐다고 설명했다. 이 지역에 향후 수출을 확대해 제품 공급을 늘린다는 계획이다.

식품업계도 활발하게 진출하고 있다. SPC그룹의 아이스크림 브랜드 배스킨라빈스가 지난해 4월 두바이,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등 아랍 지역에 진출했다. 국내에서 개발해 만든 '인크레더블 가든' 등 7종의 아이스크림 케이크를 수출하며 시장을 적극 개척하고 있다. 국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막걸리도 중동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다. 배상면주가는 지난해 12월 ‘대포막걸리’ 1000박스(박스당 12병)를 UAE에 처음 수출했다. 두바이 특급호텔과 리조트 등을 중심으로 판매되고 있다. 독특한 맛으로 현지인들에게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회사 측은 올해 수출물량과 수출국을 확대할 예정이다.

타이어 업체인 한국타이어는 중동지역을 공략하기 위해 지난해 두바이에서 열린 두바이 모터쇼에 참가해 다양한 제품을 선보였다. 특히 이 지역 전용제품인 ‘K114’ 와 ‘K424’까지 내놓을 정도로 눈여겨 보고 있다. 회사 측은 "세계적인 타이어 브랜드로서의 검증된 기술력을 전달, 브랜드 인지도 및 신뢰도를 제고한다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향후 한국타이어는 지역별로 최적화된 제품을 제공할 수 있는 기술력도 수출한다는 계획이다.

이재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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