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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기획·탐사기사] <가작> 10대들 '일류 열풍' 속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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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 매달 일본 잡지가 들어오는 날이면 광화문 교보문고 일본 서가에는 10대들로 북적댄다.

중앙일보가 주최한 제3회 대학생 기획.탐사기사 공모전 가작 당선작 두 편을 소개합니다. '한류(韓流)에 가려진 10대들의 일류(日流)열풍'과 '대학가의 취업 스터디 새 풍속도'입니다. 필자들과의 협의를 거쳐 요약문을 게재합니다. 전문은 인터넷 중앙일보(www.joongang.co.kr)에 접속해 '이슈.기획'을 클릭하면 볼 수 있습니다.

가작 '아나운서 시험은 미인선발대회?'와 장려상 '정치와 '분단'된 캠퍼스'는 2일자에 게재합니다.

'한류(韓流)에 가리워진 10대들의 일류(日流) 열풍' 전문

"한국은 냄새 나는 김치나 먹고 한국의 유교는 짜증나죠."(ID:와이사키 노메루)

"과거의 일본을 미워하세요. 일본의 연예인은 아무 죄가 없습니다."(ID:picablue99)

요즘 인터넷 사이트에는 10대들의 일본 예찬이 홍수를 이룬다. 얼마 전 일본의 유명 극단 시키(四季)의 한국 진출이 문화 침략이라는 반대여론에 밀려 무산된 것과는 대조적이다. 배우 배용준이 일본에서 '욘사마'열풍을 일으키며 인기를 누리면서 한국은 일본에서 부는 '한류 열풍'에 들떠 있다. 어른들이 일본 문화를 배척하고 호들갑스럽게 한류를 떠벌리는 사이 우리 10대들은 빠른 속도로 일본 속으로 빨려들어가고 있다.

◆ 생활의 일부가 돼버린 일본 문화=자신을 유키라고 소개한 한 초등학생(D교 6년)은 "일본 말이 예쁘고 신비감이 느껴져 일본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시흥중학교 이모(15)양은 "초등학교 때부터 가정방문 학습지로 일본어를 배워 지금은 NHK를 시청하는 데 무리가 없다"고 했다.

10대들은 일본 가수 제이팝의 노래 '윈즈(winds)'를 들으며 잠에서 깨고, 학교에서는 사쿠라 펜을 쓴다. 친구들과 이누야사 애니메이션을 보며 소니 디지털 카메라로 사진을 찍는다.

안양의 B고등학교 1년 안모(17)군은 초등학교 때 일본가수 X-japan의 음악을 들은 이후 일본 음악에 심취했다. 그는 "X-japan 관련 카페에서 동호회 활동을 하다가 일본 여배우 히로스에 료코를 좋아하게 됐고, 일본 게임 삼국지와 애니메이션 등에 관심을 갖게 됐다"며 "대부분의 아이가 나와 같은 과정을 거쳐 일본을 좋아하게 된다"고 소개했다.

◆ 급증하는 인터넷 일본 카페=인터넷 포털 사이트 '다음'에 개설된 일본 관련 카페는 2004년 8월 현재 8960개에 이른다. 미국 관련(2936개), 중국 관련(6860개)카페에 비해 높다.'일본TV'라는 인터넷 카페의 경우 총 회원 89만6324명 중 10대가 60만537명(67%)이다. 실제로 서울시내 50개 학교를 조사해 본 결과 미국과 중국 관련 클럽은 4개에 불과한 반면 일본 관련 클럽은 46%(23개)를 차지했다.

◆ '친일(親日)'을 넘어 '애일(愛日)'로=부천 S중학교 이모(15)양은 올 겨울 일본 여행을 할 예정이다. 이양은 "일본인으로 태어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고 했다.

10대들의 일본 사랑은 일본인 애인 만들기, 일본 귀화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일본인 여자친구를 사귀고 있는 P고등학교 2년 공모(18)군은 "일본이 좋으니 일본 사람을 좋아하는 건 당연하지 않으냐"고 말했다. 그는 "독도가 일본 땅이라도 상관없다. 솔직히 나랑은 무관한 일 같다"고 했다.

최모(18)양은 고등학교만 졸업하면 일본인으로 귀화하겠다고 한다. 최양은 기성세대의 반일 감정에 대해서도 "무조건 일본이 싫다고 하면 일본 사람들도 한국이 싫을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 이대로 좋은가=열광하는 대상이 일본이라고 해서 문제될 것은 없지만 무분별한 일본 찬양현상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전남대 일어일문학과 미즈노 슌페이 교수는 "일본 문화를 즐기고 좋아하는 것은 문제될 게 없지만 역사를 왜곡하거나 잘 모르고 무조건적으로 좋아하는 것은 문제다"고 지적했다.

이민영·정윤아·홍수지 단국대 언론영상학부

<808190go@naver.com>

<rurugogo@naver.com>

<helena3262@naver.com>

[대학생 기획·탐사기사] <당선 소감> 일본 예찬의 단면 보여주려 애써

▶ 이민영·홍수지·정윤아씨(왼쪽부터)

다른 주제로 기사를 준비하던 중, 일본에서의 한류와는 반대로 일본에 열광하는 10대들이 많다는 사실을 접하게 되었다. 이미 준비해온 기존의 주제를 바꾼다는 것이 쉽지 않았지만 좀 더 좋은 기사를 쓰기 위해 새로운 주제를 가지고 취재를 시작했다.

기성세대와 다른 청소년들의 주장을 생생히 전달하기 위해 노력했다. 이를 통해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10대들의 생각을 여러 사람들이 아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뒤에서 응원해 주신 부모님과 격려해 주신 손태규 교수님 및 언론영상학부 교수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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