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개월만에 바뀐 유학규제 방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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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정부의 조기유학 정책이 전면 자유화방침에서 7개월 만에 초.중학생 규제로 방향을 틀었다.

당초의 자유화 방침은 현재 해외 유학생 10명 중 한명꼴이 불법 유학인 현실을 고려해 이들에게 고통을 주는 규제를 없애겠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최근 국제수지 악화와 일부 조기 유학생의 문제점이 불거지면서 "정부가 앞장 서서 조기유학을 장려할 수 없다" 는 명분론으로 선회한 것이다.

하지만 초.중학생이 불법으로 유학을 강행하더라도 이를 제재할 현실적인 방법이 없어 법 규정의 실효성이 의문시된다.

◇ 조기유학 허용.불허=입법예고안대로 '국외유학 규정' 이 개정되면 조기유학 허용 대상자는 ▶중학교 졸업 학력 이상자▶해외 상사 주재원.해외 이주자.외교관 등 파견자 자녀▶예.체능 중학교 졸업자로서 교육감의 유학 허가를 받은 학생이다.

유학이 법적으로 불가한 경우는 초.중학생으로서 부모를 동반하지 않고 자비로 유학하려는 학생이다.

종전 규정과 비교해 달라진 것은 고교생이 불법에서 합법 테두리로 들어왔다는 점이다. 그렇지만 불법 유학생 중 고교생 숫자가 초.중학교 학생보다 적어 실제 규제완화 효과는 미미하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해 3월부터 올해 2월까지인 1999학년도에 조기유학을 떠난 학생은 1만1천2백37명으로 98학년도(1만7백38명)보다 4.7% 늘었다. 이 가운데 불법 유학생은 46.1%나 늘었다.

불법 유학생 중 초등학생이 4백5명으로 98년의 2백8명보다 두배 가까이로 늘었다.

◇ 불법 유학 못막아=교육부 관계자는 이번 입법예고안에 대해 "위반 학생을 실질적으로 제재할 방법이 없는 선언적 의미의 조치" 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불법 유학생에 대해서는 병역 연기나 여권 기간 연장을 안해주거나 송금액에 제한을 가해 제재해 왔다.

하지만 지난해 9월 17세 이하 유학을 사실상 금지하던 병무청의 조기 유학자에 대한 국외여행 허가 제한이 철폐됐다. 불법 유학생이라 하더라도 외국학교 재학사실만 확인되면 최장 만 26세까지 병역이 연기된다.

또 불법 유학생에 대한 국내 송금 역시 연 1만달러 이상이면 국세청에 명단이 통보되지만 친척이나 친구 명의로 분할 송금하는 편법이 동원되면서 실효성을 잃었다. 편법만 양산하는 식이다.

일부 교육 전문가들은 "교육부가 '외화 낭비' '비교육적' 이란 비난의 화살을 피하기 위해 약효도 없는 규제를 유지하려는 것" 이라 지적하고 있다.

교육부는 조기유학의 수요를 국내에서 흡수하기 위해 내국인 학생의 외국인 학교 입학 허용과 자립형 사립고 설립 및 국제 중.고교 증설 등을 대안으로 내놨다.

강홍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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