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설차 1200대 1만 명 투입했지만…장비 수백 대 지원받고도 역부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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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동대문구 공무원들이 4일 청량리역 앞 도로에서 제설작업을 하고 있다. 이날 서울시와 각 구청에서 1만여 명의 인력이 투입돼 제설작업을 벌였다. [김태성 기자]

기록적인 폭설 속에 제설 작업을 지휘하던 오세훈 서울시장은 4일 오전 9시쯤 다급하게 지시를 내렸다. “우리 힘만으로 눈을 치우는 데 한계가 있으니 제설장비를 보유한 민간기업에 도움을 요청하라.” 하늘에 ‘제설기(製雪機)’가 달려 있는 듯 쏟아지는 눈에 맞서기에는 서울시의 인력과 장비만으로는 역부족이라고 오 시장은 판단했다. 앞서 오전 7시40분에는 수도방위사령부에 인력과 장비 지원을 요청했다.

 서울시가 이날 투입한 제설 장비는 1200여 대. 제설용 중·소형 트럭인 ‘유니목’ 60대와 덤프트럭 38대, 염화칼슘 살포기 797대등이다. 이 밖에도 눈을 밀고 퍼나르는 대형장비인 페이로더 11대가 동원됐다. 서울시와 25개 구청에서 투입된 인력은 1만 명에 달했다. 그러나 이러한 장비와 인력도 폭설 속에서는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염화칼슘도 효과가 없었다. 서울시는 도로에 염화칼슘 3100여t과 소금 530t을 뿌렸다. 하지만 채 눈이 녹기도 전에 눈이 다시 쌓였다. 서울시 김상범 도시교통본부장은 “23㎝가량 눈이 내린 2001년의 폭설에 대응할 정도로 장비를 갖췄으나 이번처럼 집중적으로 내린 폭설에는 역부족인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군·민간업체와 맺은 비상협조 체계에 따라 군 장비 13대와 민간 장비 340대가량이 투입됐으나 턱없이 부족했다. 특히 눈을 밀고 나가는 중장비인 그레이더는 2대만이 가동됐을 뿐이다. 서울시가 보유한 것은 없고 수방사가 동원한 장비였다.

 이날 폭설이 내린 인천·경기도·충남도 장비 부족은 별반 다르지 않았다. 경기도에서는 제설차 40대와 제설기 257대 등 장비1440대를 투입했다. 그러나 주요 도로의 제설 작업을 하기에도 역부족이었다. 경기도에도 이날 가동된 그레이더는 파주시가 보유한 2대가 전부였다. 경기도의 제설 장비 현황은 민망할 정도다. 31개 시·군 중 16개 시·군은 제설차량을 단 한 대도 보유하지 않았다.

제설차량을 갖고 있는 시·군도 1~2대가 고작이다. 경기도 관계자는 “제설차 등이 활용빈도는 낮은데 구입비는 대당 2억원이 넘는 고가여서 확보하기 쉽지 않다”고 해명했다.

 천안·아산 등에 새벽부터 많은 눈이 내린충남도 장비 부족으로 애를 먹기는 마찬가지였다. 민·관·군이 신속하고 유기적으로 제설 장비를 동원할 수 있는 매뉴얼을 만들어 폭설에 대처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서울대 강승필(건설환경공학부) 교수는 “기록적인 폭설에 맞춰 제설 장비를 갖추는 것은 예산 운영상 효율이 떨어질 수 있다”며 “대신 장비를 현대화하고 유사시 군과 민간업체의 장비를 신속히 지원받을 수 있는 체계와 장비 활용 매뉴얼을 갖추는 게필요하다”고 말했다.

 경기도 일부 지자체 간에는 행정구역 경계구간 도로의 제설작업을 서로 상대편에게 미루는 볼썽사나운 상황도 벌어졌다. 이들 도로 경계구간은 대부분 오르막 구조여서 교통대란을 가중시켰다. 수원과 용인을 잇는 42번 국도 영덕고가도로의 경우 제설작업이 거의 이뤄지지 않아 양방향 통행이 장시간 마비됐다. 수원시와 의왕시를 잇는 1번 국도 지지대고개 구간도 상황은 마찬가지여서 하루 종일 주차장을 방불케 했다.

강갑생·김경진 기자 , 사진=김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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